"자세히 들여다보면 장애인들 한명 한명이 초능력자죠"

입력
2020.08.31 20:15
대구 '행복의 일터' 채수경 직업훈련교사



대구 중구에 있는 장애인보호작업장 '행복의 일터'에서 근무하는 채수경(54) 직업훈련교사는 ‘캡틴 아메리카’로 통한다. 아주 특별한 '어벤져스'를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근로장애인 10여명으로 구성된 제과ㆍ제빵 '어벤져스'다. 발달장애, 지적장애, 정신자애 등 각기 다른 장애의 특성을 가진 친구들이다. 이들은 채 훈련교사의 지휘 아래 서문복지재단 산하 행복의 일터에서 빵과 과자를 만든다. 채 훈련교사는 이들의 개성과 능력을 조율해 최고의 작업성과를 만들어낸다.

"10년 전 처음 일을 시작할 때의 느낌이 생생해요. 너무 곤혹스러웠죠. 일반인의 시각으로 보면 부족한 부분이 너무 많아서 이 친구들 데리고 과연 빵을 만들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어요."

초기에는 당황스러운 사건의 연속이었다. 하루종일 이야기만 하고 싶어 하는 친구, 손끝만 닿아도 소리를 지르는 친구, 혼자서 멍하니 생각에 잠겨만 있는 친구, 노는 걸 너무 좋아해서 일하다가 말고 마당으로 나가버리는 친구 등 말 그대로 감당이 불감당이었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자 이전에 보이지 않는 것이 보이더라고요. 언뜻 보기엔 부족한 게 많아 보였는데, 자세히 보니까 하나 같이 초능력자들이더군요."

오븐의 온도를 잘 맞추고 오븐 속 빵의 색깔만 봐도 어느 정도 익었는지 파악하는 친구, 숫자에 밝아서 제빵ㆍ제과 전문가보다 계량에 뛰어난 친구, 꼼꼼하여 누구보다 포장을 잘해서 '신의 손'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는 친구, 정리정돈과 청소 하나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친구, 손의 감각만으로도 케이크 생크림 양을 정확히 짜내어 케이크 작업하는 친구까지 다른 건 몰라도 한 분야에서 만큼은 일반인을 뛰어넘는 능력을 보여주었던 것.

"누구나 다 실패를 경험하는데, 이 친구들이 보통 사람들보다 더 많은 실패를 하는 건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것 때문에 특별한 능력이 있다는 걸 부정할 수도 없어요. 이 능력들을 잘 버무려서 최고의 성과를 내는 것, 그것이 '캡틴'의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하하!"

채 훈련교사도 숱한 실패를 경험했다. 2005년에 아는 형님의 권유로 청도 읍내에 있는 마트 내에 빵집을 열었다가 3달 만에 문을 닫기도 했고, 이후 상인동에 체인 빵집을 운영할 때는 손님은 미어터졌지만 마트 수수료와 인건비 때문에 문을 닫았다.

"실패와 자기만의 특별한 능력은 이 친구들에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닙니다. 누구나 실패를 경험하고 다양한 경험을 통해 자기가 가장 잘하는 것을 찾아가니까요. 어쩌면 저는 이 친구들만큼 실패를 경험해본 덕에 캡틴이 될 수 있었습니다. 이 특별한 영웅들이 만든 빵과 과자가 입과 배를 채우는 것을 넘어서 지치고 실망한 사람들에게 용기를 불어넣는 상징이 되길 바랍니다."

행복의 일터는 2004년에 문을 연 이후 단팥빵부터 쿠키류, 케잌까지 대구ㆍ경북지역에 소재한 군부대에 납품을 하고 있다.

진승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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