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지지율 답보ㆍ바이든 존재감 부족... "아직 모른다"

입력
2020.08.31 23:30
트럼프ㆍ바이든 모두 전당대회 별무효과
"트럼프, '10월 깜짝쇼' 없이 재선 어려워"
민주당은 4년 전 힐러리 역전패 기억 소환

민주당과 공화당이 차례로 전당대회를 치르며 대선 표밭갈이에 본격 나섰지만, 아직은 어느 쪽도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보건당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수칙조차 무시한 채 오프라인 집회까지 강행했지만 호감도는 여전히 제자리다. 민주당에선 조 바이든 후보의 지지율이 앞선다지만 미약한 존재감 탓에 4년 전 역전패의 기억이 소환되고 있다.



"트럼프, '10월 깜짝쇼' 없이 역전 불가"

미국 ABC방송은 여론조사 전문기관 입소스와 28~29일(현지시간) 실시한 유권자 732명 대상 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호감도가 31%였다고 30일 보도했다. 24~27일 나흘간 공화당 전당대회를 '트럼프 원맨쇼'로 치렀지만 호감도는 민주당 전당대회 직후인 지난주 조사보다 되레 1%포인트 하락한 것이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을 포함한 공화당 주요 인사들로부터 십자포화를 맞은 바이든 후보의 호감도는 45%에서 46%로 1%포인트 올랐다. 다만 이번 여론조사의 오차범위(±3.9%)를 감안할 경우 유의미한 변화 자체가 없었다는 평가가 중론이다.

사실 트럼프 대통령이 '컨벤션 효과(전대ㆍ경선 등 정치이벤트 직후 지지율 급등 현상)'를 누리지 못할 것임은 예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CNN방송은 "대규모 행사가 불가능했기 때문일 수 있지만 2차 대전 이후 여론조사를 보면 재선에 도전한 현직 대통령은 전대 이후 지지율이 오르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정치 전문매체 더힐은 "여론조사 결과 트럼프의 코로나19 대응을 지지하지 않는 응답이 63%에 달한다"면서 "트럼프와 지지자들이 전대에서 코로나19에 잘 대응했다는 메시지를 전파하는 데 실패했다"고 해석했다.

CNN은 한 걸음 더 나아가 "2차 대전 이후 재선 도전자 8명 중 6명은 본 선거 지지율이 전대 직후 조사보다 더 낮았다"고 전했다. 또 "나머지 2명은 지지율 반등에는 성공했지만 그나마 4%포인트 이내였다"고 했다. CNN은 그러면서 "트럼프가 재선을 바란다면 전적으로 '독특한 일'을 실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결국 막판 판세를 뒤집을 '옥토버 서프라이즈(10월 깜짝쇼) 없이는 10%포인트 이상 뒤지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이 어렵다고 단언한 셈이다.


"바이든 리드 부족... 민주당, 정신 차려야"

민주당에선 경계의 목소리가 크다. 4년 전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여론조사에서 내내 트럼프 대통령을 압도하고도 패배한 쓰라린 기억 때문이다. '열혈 버니 샌더스 지지자'인 진보성향 다큐멘터리 감독 마이클 무어는 내부를 향해 "정신 차리라"고 경고했다. 아카데미상을 두 차례나 받은 그는 이라크 침공의 부당함을 비판한 다큐멘터리 영화 '화씨 9/11'로 잘 알려져 있다. 4년 전 트럼프 대통령이 백인 블루칼라 노동자 지역에서 대승을 거둬 승리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무어 감독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번 달 경합주 여론조사 결과를 4년 전과 비교하며 "2016년엔 클린턴이 트럼프를 훨씬 앞섰지만 바이든의 리드는 이에 크게 못 미친다"고 지적했다. 실제 대표적 경합주인 위스콘신의 경우 클린턴 당시 후보는 11.5%포인트 차로 앞섰지만, 지금의 바이든 후보는 절반 수준인 6.5%포인트를 이기고 있다. 게다가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여론조사 열세를 뒤집고 위스콘신주 선거인단을 가져갔다. '샤이 트럼프' 현상이 재연될 경우 바이든 후보가 4년 전 클린턴 후보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무어 감독은 반(反)트럼프 정서에 기댄 네거티브 선거 전략을 도마에 올렸다. 그는 "트럼프 지지자들은 충성도가 높고 분노에 차있으며 투표일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데 바이든에 대한 환호는 어디에 있느냐"고 반문했다. 민주당의 선거 전략에서 바이든 후보만의 능력과 매력이 부각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또 "바이든 캠프는 젊은이들과 유색인종 유권자들, 여성들을 투표장으로 이끌 변화를 만드는 데 전념해야 한다"면서 "러시아 등 외부를 탓해선 안 되며 모든 책임은 후보와 당에 있다"고 강조했다.


김진욱 기자
강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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