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의사국가고시(국시)를 일주일 연기하기로 했다.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에 의대생들까지 국시를 집단 거부하는 사태에 이르자 돌파구를 마련한 셈이다. 의대생들의 국시 거부는 초유의 사태다. 이들이 실제 시험을 치르지 않을 경우, 향후 수년 간 의료 인력 수급에 큰 차질을 빚게 된다.
보건복지부는 애초 9월 1일부터 전국 의대 본과 4년생을 대상으로 순차적으로 시작할 예정이던 국시 실기시험을 일주일 연기하겠다고 31일 밝혔다. 현재까지 원서 접수를 취소한 이들은 전체 국시 응시 회원 중 93.3%인 2,832명에 달한다. 의사면허증을 따려면 9, 10월 실기와 내년 1월 필기를 모두 합격해야 한다. 이들이 실제 시험을 거부하면 약 3,000명의 의사가 배출되지 못하는 것이다. 그 파장은 향후 공중보건의, 응급실 인턴, 군의관 수급 등에 차례로 영향을 준다.
정부로선 그 같은 최악의 상황을 막고자 다시 한번 타협안을 내민 셈이다. 의대와 의학전문대학원 재학생 91%도 동맹휴학한 상태라 이들까지 유급으로 이어지면 후유증이 장기간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의대생들의 국시 거부는 사직과 집단 휴진으로 의료정책에 맞서는 전공의들의 움직임과 맞물려 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가 파업 강행으로 의사를 정한 이상 의대생들이 독자적으로 시험 거부를 철회할 명분이 없는 것이다. 게다가 대전협 내부에서도 이견이 표출되는 상황이라 이를 지켜보는 의대생들의 불안감도 클 법하다. 일주일의 시간이 주어진 만큼 전공의들이 나서서 국시만큼은 치르도록 설득하는 게 선배로서 도리일 테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의대 증원, 공공의대 설립 등 의료정책과 관련해 의ㆍ정이 다시 머리를 맞대는 것이다. 마침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코로나19 상황이 진전되면 의료계와 협의가 가능하다”는 뜻을 밝혔다. 의사들이 마지막 퇴로까지 닫아버리는 우를 범하지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