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국내 소비가 상반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1차 확산 시기와 비슷한 수준으로 급감했다. 이달 들어 재유행한 코로나19 여파가 반영되기 전임에도, 긴급 재난지원금 지급, 승용차 개별소비세 인하 등 소비 진작책의 약효가 떨어지자 소비가 급감한 것이다. 이달 코로나19 재확산과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등이 반영되면 앞으로 경기 위축은 더욱 심화할 전망이다.
31일 통계청이 발표한 '7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를 나타내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6.0% 줄었다. 이는 코로나19가 1차로 확산했던 올해 2월(-6.0%) 이후 가장 큰 감소폭이다. 승용차, 가전제품 등 내구재 소비가 15.4%, 의복, 신발 등 준내구재 소비가 5.6% 줄어든 영향이 컸다.
불과 한 달 사이의 소비지표 급락은 정부 정책의 약발이 소진됐기 때문이다. 5월부터 본격 지급된 재난지원금은 6월까지 90% 가량 소진돼 7월에는 더 이상 소비진작 효과를 내지 못했다. 특히 승용차 소비도 19.7%나 감소했는데, 3~6월 70%였던 승용차 개소세 인하율이 7월부터 30%로 축소된 데 영향을 받았다.
다만 1년 전과 비교한 소매판매 규모는 0.5% 상승해 코로나19 발생 이전과는 비슷한 수준이었다. 통계청 관계자는 "자동차 회사들의 소비 진작 프로모션 등으로 지난해보다는 승용차 판매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달 승용차 판매액은 전년 대비 18.0%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투자 지표인 설비투자도 전월 대비 2.2% 감소했다. 특수산업용 기계 등 기계류 투자는 2.3% 늘었지만, 자동차 등 운송장비 투자가 14.7%나 급감한 영향이다. 안형준 통계청 경제통계심의관은 "자동차 개소세 인하폭이 줄면서 자동차 판매도 함께 감소한 부분이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지난달 전(全)산업 생산은 전월 대비 0.1% 증가했다. 지난 6월 6개월 만의 반등 이후 2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간 것이다. 수출이 살아나면서 제조업을 비롯한 광공업 생산이 1.8% 늘었고, 서비스업 생산은 숙박ㆍ음식점업(2.3%), 예술ㆍ스포츠ㆍ여가(7.7%) 등을 중심으로 0.3% 증가했다.
종합적인 경기지수는 6월에 이어 2개월 연속 개선됐다. 현재 경기상황을 보여주는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 대비 0.2포인트 상승한 97.2를 기록했다. 향후 경기를 예측하는 지표인 경기선행지수 순환변동치 역시 △경제심리지수 △건설수주액 등이 증가해 0.4포인트 올랐다.
하지만 7월 지표에는 8월 중순 시작된 코로나19 2차 재확산 및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여파가 반영되지 않았다. 특히 수도권에서 서비스업 생산 및 소매판매가 급감할 가능성이 크다.
안형준 심의관은 "산업동향 지표가 코로나19에 따라 좌우되는 만큼 이달 확산도 8월 지표에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