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호한 조치ㆍ 깜깜이 환자 비율 40%육박... 거리두기 2.5단계 효과 있을까

입력
2020.08.30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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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0시부터 서울 전역에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2.5단계)가 시행됐지만, 전문가들은 기대한 만큼 방역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경제적 충격을 고려한 모호한 조치와 급증한 깜깜이 환자 비율 등으로 효과가 반감될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서울시는 30일 0시 기준 서울 지역의 누적 확진자가 3,773명으로, 전날 보다 116명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26일 사상 최고치인 154명을 기록한 이후 146명(27일), 125명(28일) 116명(29일)으로 완만히 줄어들고는 있지만, 여전히 세 자릿수다. 서울시는 이날부터 9월 6일까지 일주일간을 ‘1,000만 시민 멈춤 주간’으로 정해 방역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은 “일상을 포기한다는 각오로 외출과 만남을 최대한 자제하고 외부 활동을 멈추는 등 사회적 거리두기를 철저히 지켜 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거리두기 2.5단계가 이전 보다는 강력하겠지만, 충분한 효과를 낼 수 있을지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여전히 경제적 충격을 우려한 모호한 조치 때문이다. 카페 중 최근 잇따라 집단감염이 발생한 프랜차이즈형 카페에만 한정해 영업시간에 관계없이 매장에서 취식을 금지(포장ㆍ배달만 허용)한 조치가 대표적이다. 서울시는 1,040개조 2,160명을 투입, 민관합동 특별 전수 점검을 실시해 강력한 의지를 다졌지만, 프랜차이즈가 아닌 일반 카페는 예외여서 손님들이 이곳에선 장시간 머물며 취식할 수 있다. 이를 두고 SNS상에선 “코로나19가 프랜차이즈 카페에서만 발생하냐”며 의아해 하는 반응이 많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프랜차이즈 카페만 제한하면 프랜차이즈가 아닌 일반 카페로 사람들이 몰리고, 이 곳의 밀집도가 높아져 더 위험해질 수도 있다”며 “차라리 카페 규모, 테이블ㆍ좌석 간 거리, 환기시설 설치 여부 등 합리적 기준을 세워 적용하면 어땠을까 아쉽다”고 지적했다.

더 큰 문제는 전파경로가 오리무중인 깜깜이 환자 비율이 크게 높아진 점이다. 서울시의 깜깜이 환자 비율은 8월 둘째 주(8.9~8.15) 전체 확진자의 7.1%에서 8월 셋째 주(8.16~8.22) 16.9%, 넷째 주(8.23~8.28) 31.9%로 대폭 상승했다.

이처럼 깜깜이 환자 비율이 높은 상태에서 거리두기를 3단계로 해도 모자를 판에 이 보다 낮은 2.5단계로 이미 한계에 다다른 방역 체계의 부담을 완화할 수 있겠냐는 게 상당수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특히 서울시는 지난 24일 역학조사관(75명)과 현장총괄관리자(7명) 등 82명을 25개 자치구에 파견했음에도 일일 신규확진자 중 깜깜이 환자 비율이 44.8%(24일)→35.7%(25일)→42.2%(26일)→26.7%(27일)→39.2%(28일)→36.2%(29일)로 등락을 거듭하며 기대만큼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상황이다.

엄중식 가천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관리가 가능한 범위, 즉 역학적 연결고리를 찾아낼 수 있을 정도로만 상황이 개선되도 성공적”이라고 말했다.

김우주 교수는 “이미 역학조사가 못 쫓아가 일종의 붕괴가 벌어지고 있다”며 “찔끔찔끔 올리기 보다는 과감한 3단계 실행으로 일단 확산세를 꺾은 다음에 2단계로 가야 사회경제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민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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