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경선에서 작은 ‘이변’이 일어났다. 득표 2위로 최고위원에 당선된 염태영(60) 경기 수원시장 얘기다. 그는 최고위원 후보 8명 중 유일하게 금배지가 없는 '원외 인사'다. 여의도에선 사실상 '무명'이기도 하다.
염 최고위원의 선전에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를 지낸 이원욱 의원, 문재인 정부 청와대 정무수석 출신인 한병도 의원, 4ㆍ15 총선에서 민주당 조직부총장을 지낸 소병훈 의원 등 현역 의원들이 줄줄이 탈락했다. 4선 중진인 노웅래 의원, 재선인 신동근 의원도 득표율에서 염 최고위원에게 밀렸다.
염 최고위원은 수원에서 환경운동가로 활약하다 2010년 지방선거 이후 내리 3선에 성공했다. 그는 민주당 최초의 현역 지방자치단체장 출신 최고위원이다. 2015년 박우섭 당시 인천 남구청장, 2018년 황명선 충남 논산시장이 출사표를 던졌지만 낙선했다. 중앙정치 무대에서 '풀뿌리 정치'가 저평가돼 있는 데다 취약한 조직력이 발목을 잡았다.
염 최고위원은 ‘풀뿌리 최고위원’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정공법으로 이변을 만들었다. 민주당 소속 서울시의회 의원들과 전국기초단체장협의회 소속 인사들이 공개 지지를 선언했다. 염 최고위원은 권리당원 투표와 일반당원ㆍ국민 대상 여론조사에선 8명 중 5위에 그쳤으나, 기초자치단체장, 광역ㆍ의원들이 주도하는 전국대의원 투표에서 뒤집었다.
염 최고위원은 2005년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 국정과제담당비서관으로 일하며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이었던 문 대통령과 호흡을 맞췄다. 염 최고위원이 민주당 주류인 친문재인계의 일부 표심을 흡수했을 거라는 얘기다.
김두관ㆍ민형배ㆍ이해식 의원 등 지자체장을 지낸 현역 의원들이 염 최고위원을 밀었다. 민형배 의원은 30일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염 최고위원과 함께 2010년부터 지자체장으로 활동한 이른바 '10세대'의 전폭적 지원이 승인이 됐다”고 말했다.
염 최고위원은 민주당 의사결정 과정에서 “할 말은 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30일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국정 운영도, 당 운영도 상하관계가 아니라 수평적 소통 구조로 가야 한다"며 "원외와 현장의 목소리를 대변하겠다"고 말했다.
염 최고위원은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때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구성으로 대표팀 출전 기회를 놓친 선수들에게 기회를 줬다. 당시 수원시청에 1호 아이스하키 실업팀을 만들어 낙심한 선수들을 품어 화제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