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이라크 주둔군 3분의 1을 3개월 안에 줄일 방침이라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해외 병력 감축을 지난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번 이라크 주둔군 감축을 재선의 발판으로 기대하는 것으로 보인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8일(현지시간) 미 국방부가 이라크에 주둔하는 미군 병력을 5,200명에서 3,500여명으로 감축한다고 보도했다. 복수의 미 정부 관리는 앞으로 2∼3개월 동안 이 같은 감축안을 시행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렇게 되면 미국이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와의 전쟁을 시작한 2015년 당시 이라크 주둔 미군 병력 규모와 비슷해진다.
국방부 대변인 업무를 맡은 제시카 맥널티 해군사령관은 WSJ의 보도에 대해 "이라크군이 IS 잔당을 격파하고 대응할 능력이 향상되면서 (미군) 병력을 감축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라크 정부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등 동맹과의 세심한 조율을 통해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이라크 주둔 미군 감축은 예상됐던 결정이다. 미국이 국방 전략 초점을 중국으로 이동하면서 중동 지역 병력 감축을 꾸준히 논의해왔다. 다만 2011년 이라크 주둔 미군 전원 철수로 인한 안보 공백이 IS 세력을 키운 과거를 되풀이하지 않으려 신중을 기했던 게 사실이다. WSJ는 이번 감축 결정이 미국과 이라크 양국 모두 국내에서 정치적 압력에 직면한 가운데 내려진 것으로 풀이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해외 병력 감축이 재선 가도에 미칠 영향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한 관리는 WSJ에서 "트럼프는 11월 대선까지 중동 지역에서 더 많은 병력을 철수시키는 방향으로 진전을 이뤘다는 걸 보여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아프가니스탄과 독일, 이라크까지 병력 감축을 시도한 것을 자신의 치적으로 홍보할 것이란 의미다.
앞서 이달 23일 미군 등 연합군은 이라크 북부 타지 군기지에서 철수하면서 현지 보안군에 임무를 연계했다. 수도 바그다드에서 북쪽으로 20㎞ 떨어진 곳에 위치한 타지 군기지에는 보통 연합군 약 2000명이 주둔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