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남부의 8월은 다른 유럽 지역보다 기온이 높아 혹독한 여름으로 악명이 높다. 40도가 웃도는 낮 기온 속에 피부를 태울 듯 작열하는 태양은 밤 10시는 돼야 저물어간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수입이 줄어들어 휴가를 낼 여유조차 없어진 스페인 사람들은 집에서 보내야 하는 긴 시간 동안 시원하게 여름을 보낼 수 있는 특별한 방법을 찾아 나섰다.
'가심비'와 코로나19 감염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안심비'를 갖춘 공기주입식 간이 풀장이 스페인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간이 풀장은 주택 마당, 테라스, 공공 주택 뒷마당을 비롯해 남부 세비야의 거리에서도 유행하는 최신 아이템이 되었다. 여름이 되기 전인 5월부터 무더운 여름날 코로나19로 '집콕생활'을 우려한 사람들이 발 빠르게 간이 풀장을 구입하기 시작했고 이미 6월에 쇼핑몰과 온라인 웹 사이트에서 대부분이 품절됐다.
세비야에 거주하고 있는 하비에르 살세도 씨는 플라스틱 벽이 있는 견고한 모델의 고품질 간이 풀장을 구입하고 싶었지만, 상품이 없어 중고 시장을 뒤져 겨우 고무 풀장을 마당에 설치해 여름을 나고 있다. 그나마 살세도 씨는 집에 마당이 있어 사정이 좋은 편이다. 세비야의 모든 사람들이 살세도 씨처럼 넓은 마당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폭염 속 가장 가난한 동네 중 한 곳에서 4명의 자녀를 키우고 있는 이사벨 씨는 다운 증후군을 앓고 있는 아들을 위해 팽창식 풀장을 구입했지만, 마땅히 설치할 장소가 없어 거리에 놓을 수밖에 없었다.
만약 코로나19가 없었다면 이들은 간이 풀장 놓을 장소 걱정 없이 가족과 함께 해변에서 시원한 여름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