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국을 더 위대하게"... 코로나ㆍ사회분열 속 자화자찬 출정식

입력
2020.08.28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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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위험서 美 수호"... 바이든에 '색깔론'
마스크ㆍ거리두기 안지켜 보건당국 긴장
밖에선 反인종차별 시위... NBA 등도 동참

"오는 11월 3일, 우리는 미국을 더 안전하게 더 강력하게 더 자랑스럽게, 그리고 그 어떤 때보다 더 위대하게 만들 것이다."

70여분간 이어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후보 수락연설로 나흘간 이어진 공화당 전당대회가 27일(현지시간) 막을 내렸다. 워싱턴 백악관 사우스론을 가득 채운 청중 1,500여명은 연설 중간중간 "트럼프"와 "2020"을 외쳤다. 같은 시각 백악관 바깥에선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열렸다.


트럼프 "모든 위험으로부터 미국을 수호할 것"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진행된 후보 수락연설을 통해 "우리는 미국을 모든 위협으로부터 보호하고 모든 위험으로부터 수호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재확산세가 심각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해선 "백신이 임상 3상 단계를 거치고 있다"면서 "우리가 바이러스를 파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지 플로이드 사망과 뒤이은 제이컵 블레이크 피격으로 불붙은 인종차별 문제에 대해선 "나는 어떤 대통령보다 흑인에게 더 많은 일을 했다"고 강변했다.

외교적 치적도 빼놓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한 것과 이란 핵협정(JCPOAㆍ포괄적공동행동계획) 탈퇴, 아프가니스탄 등 해외주둔 미군 축소,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압박을 통한 방위비 인상 등을 하나씩 거론하며 자찬했다. 하지만 1년 넘게 교착 상태에 빠진 북한과의 대화는 치적 명단에 올리지 않았다.


"바이든은 사회주의자"... 색깔론으로 맹비난

트럼프 대통령은 경쟁자인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를 비난하는 데에도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 그는 코로나19 확산 초기에 바이든 후보가 중국발(發) 여행객 입국 금지를 반대한 사례를 거론한 뒤 "만약 바이든의 말을 들었다면 수많은 미국인이 죽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바이든 후보와 달리 자신은 중국을 향해 "그들이 초래한 비극에 대해 완전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대중 강경 기조를 이어갈 것임을 예고했다.

예의 색깔론 카드도 다시 꺼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대선을 "'아메리칸 드림'을 수호할지 아니면 사회주의적 계획이 우리의 운명을 파괴할지를 결정하는 선거"라고 규정했다. 바이든 후보에게 사회주의자 딱지를 붙인 것이다. CNN방송은 바이든 후보의 수락연설 중 트럼프 대통령이 한번도 언급되지 않은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무려 41번이나 바이든 후보를 도마에 올렸다고 전했다.


이방카 "아버지가 워싱턴 바꿔"... 청중들 "4년 더" 화답

4년 전과 마찬가지로 트럼프 대통령을 후보 수락연설 무대로 불러낸 건 백악관 선임보좌관을 맡고 있는 장녀 이방카였다. "도널드 트럼프가 워싱턴에 온 단 하나의 이유는 미국을 위대하게 만들기 위한 것"이라는 등 시종일관 부친을 치켜세운 이방카의 찬조연설은 그 자체로 '가족잔치 전당대회'를 상징하는 듯했다.

이방카는 "아버지의 소통 방식이 모두의 취향에 맞는 건 아니며 아버지의 트윗이 다소 정제되지 않았다고 느껴질 수 있다는 걸 안다"면서도 "그는 성과를 낸다"고 강조했다. 또 "워싱턴은 트럼프를 변화시킬 수 없었고 트럼프가 워싱턴을 바꿨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방카가 "지금 미국은 그 어느 때보다 백악관에 전사(戰士)를 필요로 한다"며 부친을 소개하자 청중들은 "4년 더"를 외치며 화답했다.


마스크 없이 거리두기 위반... 시름 깊은 방역당국

행사가 열린 워싱턴에는 50명 이상 행사 금지, 고위험지역 방문객 14일 자가격리 등을 골자로 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지침이 발령된 상태다. 하지만 행사 참석자들 대부분이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을 어긴 것은 물론 상당수는 마스크조차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애시시 자 하버드대 글로벌보건연구소(GHI) 소장은 "야외 행사라지만 다수가 마스크도 없이 장시간 붙어 있는 건 완전히 무책임한 행태"라고 비난했다.

정치 전문 매체 더힐은 "워싱턴 방역당국의 지침이 지켜졌는지 확인할 길이 없다"고 우려했다. 지난 6월 말 오클라호마주 털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대규모 현장유세를 강행했다가 코로나19 감염자가 속출했던 터라 보건당국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코 앞서 反인종차별 시위... NBAㆍMLB도 동참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을 앞두고 백악관 바깥에선 인종차별 반대 시위로 상징되는 반(反)트럼프 집회가 열렸다. 오후 6시쯤 백악관 인근 라파예트광장에 모인 시위대 수백 명은 '모든 도시와 마을에서 트럼프와 펜스 당장 아웃',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BLM)' 등의 구호를 외쳤다.

블레이크 피격 사건으로 재점화한 인종차별 반대 시위에는 주요 프로스포츠 종목 선수들도 동참했다. 이날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경기가 예정됐던 뉴욕 메츠와 마이애미 말린스의 선수들은 최초의 흑인 메이저리거 재키 로빈슨을 추모하는 42초간의 묵념 이후 경기장을 떠났다. 프로풋볼(NFL)은 이날과 다음날 플레이오프 4경기를 연기했고, 프로농구(NBA)도 이날 2경기를 취소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NBA가 정치조직으로 변했다"고 비난했다.

김진욱 기자
워싱턴= 송용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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