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참여 막는 제주주민참여 예산제 ‘부실투성이’

입력
2020.08.27 15:47
일반회계 예산 중 0.5% 불과
운영과정도 제대로 공개 안돼
낭비ㆍ부적정 사용 사례 수두룩

제주도가 주민참여예산제도를 8년째 시행하고 있지만 주민들의 참여 범위가 제한되고, 운영 과정도 불투명하게 이뤄지는 등 부실투성이로 드러났다.

제주도 감사위원회는 도와 행정시 예산부서 등을 대상으로 실시한 주민참여예산 운영실태 성과감사 결과 16건의 불합리하거나 비효율적인 문제점을 확인하고, 이에 대해 제도개선 등을 도에 요구했다고 27일 밝혔다.




감사결과를 보면 주민참여예산제도 시행 이후 현재까지 주민참여의 범위를 보면 일반참여예산사업 방식은 전혀 시행되지 않고 주민제안사업(공모사업)에 한정하면서, 전체 예산과정에서 주민참여가 이뤄지는 부분은 전체 일반회계 예산의 0.5%에 해당하는 200억원 수준에 그쳤다. 또한 2018년 3월 지방재정법 개정으로 주민참여의 범위가 기존 지방예산 편성과정에 예산과정 전체로 확대됐지만, 도는 3년 넘게 관련 조례 개정 등 제도개선에 나서지 않고 있다.

주민참여예산 기구 구성 과정에서 다양한 계층의 주민들이 참여해 대표성을 확보해야 하지만 특정 계층 주민들 중심으로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전국 시ㆍ도와 비교하면 남성 비율이 73.1%(전국 평균 55.1%)로 높았고, 당연직도 19.6%(전국 평균 3.7%)로 큰 차이를 보였다. 연령대도 50ㆍ60대가 80.5%를 차지해 특정 연령층에 치중됐다. 특히 청소년이나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 대표인 경우 최근 2년간 지역회의 위원(2,256명) 중 3명만 위촉됐고, 주민참여위원회 위원(80명)과 지역회의 조정협의회 위원(73명) 중에는 1명도 없는 등 사실상 참여 통로가 닫혀 있었다.

주민참여예산제의 투명한 운영을 위해 주민참여예산 기구의 회의 결과, 참여예산산업 추진 상황 등 운영활동 정보를 적극적으로 공개해야 하지만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2018년 주민참여예산기구 회의가 141회에 걸쳐 개최됐지만, 이 중 80차례는 회의록을 누리집 등에 공개하지 않았고, 37차례는 아예 회의록조차 작성하지 않았다. 또 지난해에는 도내 43개 읍ㆍ면ㆍ동 중 절반이 넘는 28곳이 참여예산사업의 추진 상황을 누리집 등에 공개하지 않았다.

주민참여예산의 사업 선정과 심사 관리 부적정, 소요예산 검토 부적정, 사후관리 소홀 등으로 예산이 낭비되고 목적과 다르게 부적정하게 사용되고 있는 사례도 비일비재했다. 실제 사업설명서 등 심사자료 내용이 부실하게 작성돼 있는데도 제대로 검토되지 않아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선정된 14건ㆍ9억2,216만원 규모의 사업이 변경되거나 불용처리됐다. 또 최근 5년간 110건의 사업예산이 과다하게 책정돼 예산 68억2,700만원 중 48.4%인 33억700만원이 집행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152건의 사업은 예산 109억2,000만원이 편성됐지만 예산이 부족해 다른 사업 예산을 사용해 19억6,600만원을 추가 집행했다.

주민참여예산 집행잔액 목적 외 사용 16건(2억8,450만원), 주민참여예산 제외 대상 사업 집행 9건(1억3,100만원), 단일공사 분할 발주 등 민간보조사업 부정적 계약집행 15건(6억6,600만원) 등 예산을 부적정하게 사용한 사례가 상당수 적발됐다. 뿐만 아니라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주민참여예산 24억2,100만원이 투입된 24건의 사업이 시설 조성 후 이용 실적이 없거나 구입한 장비가 사용되지 않은 채 방치되는 등 예산 낭비 사례도 확인됐다.

도감사위 관계자는 “이번 감사 결과 주민참여예산 사업 집행과정에서 주민들의 감시와 통제가 이뤄지지 않고 있음이 확인됐다”며 “주민참여가 실질적으로 보장하고, 운영과정의 투명성 확보와 적절하고 효율적인 예산 사용을 위한 관리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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