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는 그 사회의 가장 약한 고리 드러낸다"

입력
2020.08.27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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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 바이러스가 공생의 존재가 된 걸까. 코로나19 이전 시대에도 신종 감염병은 많았다. 다만 제한된 지역의 풍토병으로 남는 수준이었다. 바이러스가 모두의 공포가 된 것은 세계화와 관계가 깊다. 국가 간 빗장이 풀리고 왕래가 자유로워지면서 사람들의 통제와 격리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코로나19는 각 사회 공동체가 안고 있던 여러 문제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선진국임을 뽐내던 미국과 유럽은 바이러스 공격에 어이없이 무너졌다. "그때그때의 임기응변과 그것을 뒷받침하는 의료진의 노력, 불가피하게 생긴 희생들"로 탄생한 'K-방역'도 구멍은 있다. 콜센터, 택배물류센터 직원들의 집담 감염과 신천지 사태 등은 우리 사회의 가장 약한 고리를 보여줬다.



에볼라 바이러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을 거쳐 질병관리본부와 함께 코로나19 방역 최전선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는 감염내과 교수와 과학전문기자가 '모든 일이 시작된' 지난해 12월 31일부터 현재까지 상황을 복기했다. 관료주의 특성이 어떻게 방역에 방해가 됐는지, 공공과 민간이라는 이분법적 의료체계가 가진 한계는 무엇인지 등을 대담의 형식으로 풀었다. 방역당국 수장으로서 고군분투 중인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에 대한 이야기나 일반인들이 궁금해 할법한 코로나19 상식을 12개 질의응답 형태로 요약한 내용이 눈에 띈다.

이들의 결론은 “이번이 끝이 아니다”라는 것. 코로나19를 가까스로 극복해도 3~5년 주기로 또 다른 신종 바이러스가 생길 수 있다고 본다. 이제는 받아들이자는 얘기다. 바이러스도 이웃이라는 것을.

장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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