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이 단톡방에, 박주민이 먹방을, 김부겸은 유튜브에

입력
2020.08.26 20:00
5면
코로나가 바꾼 여의도 정치권 풍경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한 이낙연 의원은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해 ‘온라인 전국 순회’에 나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해 19일부터 2주간 자가격리에 들어가면서 오프라인 상 선거운동이 막히자 온라인을 누비고 있는 것이다. 지역별로 이 의원을 지지하는 당원들이 ‘단톡방’(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을 만들어 이 의원을 초청하면, 30~40분 간 지역 현안 얘기를 나누는 식이다. 24일 충남ㆍ충북ㆍ강원 등 중부권을 훑었고, 25일 서울ㆍ인천ㆍ경기 등 수도권을 순회했다.

온라인 유세에 먼저 기치를 올린 당권주자는 박주민 의원이다. 지난 20일 당 대표 후보간 MBC ‘100분 토론’이 취소되자, 박 의원은 유튜브 채널에서 ‘나홀로 토론회’를 열고 당원ㆍ지지자들의 질문에 100분 간 답했다. 또 화상채팅 프로그램 줌(Zoom)을 활용해 ‘주민에게 Zoom-In(줌인)’, ‘박주민이 보90다(보구싶다)’ 등의 제목으로 ‘랜선’ 모임을 개설해 당원들을 대상으로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박 의원은 전당대회 이틀 전인 27일엔 당원과 함께하는 ‘화상 먹방(먹는 방송)’도 할 예정이다. 김부겸 의원도 유튜브 채널 ‘김부겸 TV’를 통해 ‘환갑을 넘어 재취업 면접’ 등의 영상을 올리며 젊은 당원과의 소통에 공을 들이고 있다.

최근 재확산하고 있는 코로나19가 정치권의 풍경을 바꿔놓고 있다. 민주당 차기 지도부를 뽑는 8ㆍ29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 대표에 출마한 후보 3인은 화상회의를 비롯해 유튜브 생중계 등을 활용한 온라인 선거전에 모든 걸 거는 분위기다. 지역 순회 연설에서 당원 동원력 등으로 기세를 뽐내던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는 모습이다.

전당대회 뿐 아니다. 국회에서는 직원과 보좌진의 재택ㆍ유연근무가 일상화하고 있고, 법안을 비대면으로 발의하는 경우도 잦아지고 있다.


“입법 기능 포기할 수 없다”… 비대면 토론회까지

지난 21일 민주당 고영인 의원실에 설치된 대형 TV모니터에 ‘이명숙 법무법인 나우리 대표 변호사’, ‘강현아 숙명여대 교수’ 등의 얼굴이 차례로 등장했다. 줌(Zoom)을 활용해 ‘아동학대 예방을 위한 제도 및 대응체계 개선 방안’ 토론회를 개최한 것이다. 코로나19로 국회 세미나ㆍ간담회가 금지되자 비대면 토론회라는 고육지책을 꺼내든 셈. 고 의원실 관계자는 “일부 참석자가 마이크가 꺼진 채 말하는 등 혼선이 있었지만, 아동학대 전문가 40~50명이 참여해 2시간 동안 진지한 토론이 이뤄졌다”며 “아동학대 예방 입법이 시급한 상황에서 코로나를 이유로 토론회를 무기한 미룰 수 없었다"고 말했다.



법안 발의를 비대면으로 대체한 의원도 있다. 통상 법안을 발의하려면 본인 외에 9인 이상의 공동발의자가 필요하다. 이에 ①다른 의원에게 법안을 설명하고 ②발의에 승낙한 의원의 인장을 받고 ③국회사무처 의안과에 제출하는 3단계 ‘대면’ 절차를 거치게 된다. 그런데 이영 미래통합당 의원은 지난 24일 전자서명과 전자문서 시스템을 활용, 비대면 방식으로 ‘국가보훈기본법 개정안’ 등 2건을 대표 발의했다.


보좌진도 속속 재택근무

의원 보좌진의 재택근무도 늘어나는 추세다. 박병석 국회의장이 최근 의원 300명 전원에게 보좌진의 재택ㆍ유연근무 및 시차출퇴근을 권하는 서한을 보내면서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본인과 4급 보좌관 1명을 제외하고, 8명의 보좌진을 5교대 재택근무 방식으로 전환했다. 민주당 송영길ㆍ민홍철ㆍ박재호 의원실 등도 마찬가지다. 다만 이 같은 사례는 여전히 소수다. 결산 심사와 9월 정기국회, 10월 국정감사 준비 등 현안이 산적해서다. 더구나 국회 내 전자결제시스템을 외부에서 이용할 수 없다는 점도 한계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실 보좌관은 “의원이 별다른 얘기가 없어 체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해찬ㆍ김태년 등 민주당 지도부 줄줄이 ‘자가격리’


여당 지도부 일정도 코로나19로 멈춰섰다. 이날 민주당 최고위원회의를 취재한 언론사 사진기자가 최근 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한 사실이 드러나, 이해찬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가 자가격리에 돌입한 것이다. 민주당은 “최고위에 참석한 당 지도부 및 당직자들은 해당 기자의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자가격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날 저녁 예정됐던 이해찬 대표와 최고위원들의 고별 만찬은 취소됐다. 국회 사무처는 해당 기자가 다녀간 민주당 대표회의실과 사진기자실 등에 대해 방역작업을 했다. 질병 때문에 여당 지도부의 업무가 마비되는 것도 전례를 찾기 힘든 모습이다.


박준석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