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대담무쌍한 스파이

입력
2020.08.28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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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 존 워커 이야기(8.28)



2000년대 미국 중앙정보국(CIA) 대테러 첩보 드라마 '홈랜드(Home land, 2010~2020)'는 에미상 최우수작품상과 여우주연상 등을 수상하며 최근 시즌 8, 총 96화로 종영됐다. 테러단체들과의 정보전 외에 경쟁국 첩보국과의 얽힌 이해, 엘리트 요원이 이중첩자가 되는 과정과 NGO 활동까지, 스파이 주변 세계의 실제를 실감나게 그렸다는 평을 들었다.

하지만 모든 스파이가 드라마에서처럼 '프로페셔널'한 건 아니어서, '미국 역사상 가장 치명적인 스파이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미 해군 존 워커(John A. Walker Jr., 1937.7.28~ 2014.8.28)' 사건이 그 예다.

미국 워싱턴 출신인 워커는 알코올 중독자 아버지가 가족을 버리면서 가난 때문에 고교를 중퇴했고, 1955년 빈집털이 범죄를 저지르자 체포돼 실형을 면하는 조건으로 해군에 입대했다. 무선통신병으로 복무하며 고급 하사관까지 승진했고, 1970년대 말 제대했다.

그는 1967년 '오직 돈때문에' 극비 해군 통신암호 코드를 들고 워싱턴 DC 러시아대사관에 직접 찾아가 '거래'를 튼, 무모하고도 대담한 스파이였다. 러시아는 500~1,000달러의 주급으로 그를 '채용'했다. 워커가 유출한 정보는 통신으로 확보한 해군 시설과 작전정보 외에 항공모함 등의 상시 기동 현황, 잠수함 성능 정보까지 광범위하고 치명적이었다. 그는 사업을 하다 망한 친형(Arthur)과 항모 암호무전병인 친구(Jerry A. Witworth), 심지어 아들(Michael)까지 입대시켜 공작원으로 활용했다. 그는 70년대 이혼한 아내와 3녀 1남을 두었다.

1985년 5월 그는 전처의 제보 때문에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제보 동기는 그가 '이혼수당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아서'라는 설, '딸까지 끌어들이려 해서'라는 설이 있다. 그와 형 아서는 종신형, 친구 위트워스는 365년형을 선고받았고, 20년형을 받은 아들은 2000년 만 37세로 가석방됐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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