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시대, 악어처럼 살아남아라

입력
2020.08.26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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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9월은 다시 심각해진 코로나 때문에 마치 3월로 시간 여행을 간 듯이 다시 비대면의 일상이 반복될 듯하다. 사태가 이렇게 되면서 이동과 집합이 제한되어 가장 타격이 컸던 항공, 여행, 공연에 이어 그동안 쉬쉬하며 버티던 패션업계도 허덕이고 있다. 특히 한국 패션의 주류라 할 수 있는 ‘백화점 브랜드’들의 매출이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다. 그 이유로는 비대면으로 출퇴근과 등ㆍ하교의 횟수가 적어지고 아르바이트 감소, 가게 수입 저하 등으로 옷을 구입하는 횟수가 줄었기 때문이다. 굳이 옷을 산다면, 낮은 가격대에 집에서 입을 수 있는 옷, 운동화나 저렴한 애슬레저 아이템, 뻥 뚫린 공간에 즐길 수 있는 골프 관련 제품을 사기 때문이다. 백화점 브랜드에는 코로나가 IMF나 금융위기 때보다 더 심각한 위기라고도 한다.

코로나가 패션계를 뒤흔들고 있는 모습은 영화 '쥬라기 공원'의 시스템이 망가지면서 인간과 공룡 모두 패닉에 빠졌던 때를 떠올리게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코로나라는 풀 수 없는 자물쇠와 씨름을 하는 듯한 현 상황을 위한 키(key)는 공룡 그것도 악어의 진화에서 있다. 쥐라기 이전부터 생존했던 악어는 원시적인 형태로 지금껏 살아남았다. 악어처럼 생존하기 위한 방법의 키포인트는 ‘경쟁력을 생존력으로 바꾸자’이다.

첫째, 경쟁자를 바꾸자. 패션 브랜드는 경쟁 브랜드를 참고하며 성장하는데 이때 경쟁 브랜드 자체가 한계점이 되는 약점이 있다. 브랜드 분야의 석학인 장 노엘 캐퍼러 교수는 모든 브랜드의 경쟁자는 유통이라고 했다. 자사몰 판매로 수수료 비중을 낮추고,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넘어 그들의 채널에서 판매하는 방법이라도 취해야 한다. 이미 하고 있다면 기업의 사활을 걸어야 한다. 쥐라기의 악어는 초식, 잡식, 육식이었으나 현재에는 육식 악어만 살아남았다. 생존력을 위해서 유통을 경쟁자로 삼아 진화하자.

둘째, 강점을 발견하자. 악어는 물가인 강, 호수, 습지의 최상위 포식자이다. 땅에서 사냥해도 물로 끌고 가서 먹어 치운다. 패션계는 몇 년 전부터 뷰티, 요식업 등으로 세를 확장하며 떨어지는 백화점 매출을 상쇄하려고 했다. 그러나 성공한 브랜드는 적었다. 브랜드의 강점과 맥락이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태반이었기 때문이다. 주요 고객층의 취향을 브랜드의 강점으로 삼아 움직여야 한다. 악어처럼 자신의 강점을 활용해 생존할 수 있는 최적의 공간을 찾자.

셋째, 유연한 적응력을 기르자. 악어는 물에서는 헤엄치고 땅에서는 기어 다닌다. 바다에서 사는 종도 있다. 몸길이가 7~10m가 넘기도 하고 1.5m로 작은 악어도 있다. 매일매일 알 수 없는 변화들이 일어나고 있다. 브랜드 내 인재들이 과거의 타성에 젖어 있다면 진화하기 어렵다. 새로운 분야나 여러 팀과도 융화되는 인재가 필요하다. 타성을 깨는 아이디어를 내부나 외부에서 끌어오거나 유연한 적응력을 높일 수 있는 온라인 사내 교육이 필요하다.

넷째, 무명일 때 무명임을 즐겨라. 미국의 작가인 오스틴 클레온이 한 말이다. 기존 브랜드의 후광은 매우 유혹적인 요소이다. 그러나 한국의 소비자들에게 레트로는 트렌드이나 어정쩡하게 오래된 브랜드는 고리타분할 뿐이다. 철저히 분리해서 시작하고 그 분야나 신규 브랜드만의 개성을 살리고, 그가 말한 것처럼 무명임을 이용하여 어필해야 한다.



박소현 패션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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