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아들 앞에서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중상을 입은 미국 흑인 남성 제이컵 블레이크가 다시는 걸을 수 없게 될 것으로 보인다. 블레이크 피격으로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재점화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시위 강경 진압 등으로 비난받던 채드 울프 국토안보부 장관대행을 장관으로 정식 지명해 반발은 더욱 커지고 있다.
블레이크의 변호인인 벤 크럼프는 25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그가 다시 걸으려면 기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AP통신 등이 전했다. 적어도 한 발의 탄환이 블레이크의 척수를 관통했고, 척추뼈가 부서져 하반신이 마비됐다는 것이다. 다른 변호인은 “간과 신장 등 장기에도 심각한 손상을 입었다”고 덧붙였다. 블레이크는 현재 수술을 받고 회복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자회견에 동석한 블레이크의 부친은 “그들(경찰)은 내 아들이 마치 중요하지 않다는 듯 총을 쐈지만 내 아들 역시 사람이고 소중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앞서 시카고선타임스 인터뷰에서 “아들이 중환자실에서 안정을 찾고 목숨은 건졌지만 거의 반신불수가 됐다”고 말했다. 또 당초 경찰이 총 7발을 쐈다고 알려졌으나, 아들의 몸에서 총에 맞은 구멍이 8개 발견됐다고도 주장했다.
블레이크는 지난 23일 위스콘신주(州) 커노샤의 한 주택가에서 경찰 총에 맞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그는 차량에 탑승하려다 피격을 당했는데 당시 차 안에는 3살, 5살, 8살 난 자녀들이 탑승하고 있었다. 사건 당시 영상이 인터넷을 통해 확산하며 위스콘신주를 중심으로 항의시위가 격화해 비상사태까지 선포된 상황이다.
블레이크의 모친인 줄리아 잭슨은 “아들이 사건 후 처음으로 한 말이 ‘미안하다’였다”면서 “아들은 ‘난 짐이 되고 싶지 않다’며 ‘다시는 걷지 못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다만 폭력시위 양상은 가족이 원하는 바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아들도 이 장면을 봤다면 절대로 기뻐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AP는 “블레이크의 변호인단이 경찰당국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낼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현재까지 경찰은 지역 내 분쟁에 대응하고 있었다는 것 외에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지 않고 있다. 관련 경찰관의 신원도 공개되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시위 강경 대응을 주장하는 울프 대행을 정식 장관으로 지명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트윗을 통해 “채드는 직무를 뛰어나게 수행해 왔다”고 치켜세웠다. 울프 대행 역시 “본토가 자연재해와 폭력적 범죄자들, 해로운 사이버 행위자들 그리고 국제적 범죄 조직에 따른 위협에 직면한 가운데 국토안보부의 임무는 어느 때보다 중차대하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울프 대행 지명을 맹비난했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인선 발표 직후 기자들과 만나 “그의 과거 행동으로 볼 때 끔찍한 선택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블레이크의 피격이 ‘제2의 조지 플로이드 사건’으로 여겨지는 상황에서 지난달 오리건주 포틀랜드에서 일어난 반(反)인종차별 시위에 연방요원을 투입한 울프 대행의 전적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