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이 이르면 이달 말 새로운 당명을 공개한다. 2월 창당 이후 6개월 만에 이름을 바꾸는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새누리당'에서 '자유한국당'으로, 다시 '미래통합당'으로 갈아탔지만 신통치 않자 4번째 이름으로 승부를 거는 것이다. 민주화 이후 '최장수 정당' 기록을 갖고 있는 한나라당 시절의 영광을 통합당이 되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당의 이름은 당이 추구하는 가치를 압축한 요체다. 동시에 당명을 얼마나 자주 바꾸는가는 '권력 지형의 바로미터'다. 더불어민주당 계열 정당이 2017년 정권 창출에 성공한 이후 처음으로 20대, 21대 총선을 연달아 '동일 당명'으로 치른 것은 의미심장하다. 한국 정치사에서 오랜 기간 야당이었던 민주당 계열 정당은 부침을 거듭하며 거의 매번 다른 간판을 내걸고 선거를 치렀다.
보수당의 최전성기는 한나라당(1997년~2012년) 시절이다. 무려 15년 동안 같은 이름으로 정권 창출에 재창출까지 이뤄냈다. 김대중정부와 노무현정부 10년간 야당이었지만 위세는 여당을 압도했다. 2006년 지방선거, 2007년 대선, 2008년 18대 총선에서 3연속 압승해 정권 창출에 성공했다. 하지만 2011년 선관위 디도스(DDoS) 공격 사건 등을 계기로 민심을 잃고 당이 위기 상황에 처하자, 박근혜 비상대책위가 꾸려져 2012년 새누리당으로 이름을 바꿨다.
보수당의 당명 잔혹사는 박 전 대통령 탄핵 때부터다.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인 새누리당은 2017년 국민공모를 통해 접수된 5,800여건의 후보작 중 자유한국당을 새로운 이름으로 선정했다. 자유민주주의와 반공주의라는 이념을 앞세운 이름처럼, 한국당은 이후 극우 세력과 한배를 타면서 좀처럼 당세를 회복하지 못했다. 올해 21대 총선을 앞둔 2월 미래통합당이라는 이름으로 또다시 환승했으나, 총선에선 역대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총선 이후 출범한 김종인 비상대책위 체제의 쇄신 작업으로 6개월 만에 미래통합당이라는 간판도 내리게 됐다.
통합당은 이달 발표를 목표로 새로운 당명을 고르고 있다. 최근 당명 개정을 위한 국민 공모에 후보작 1만7,000여건이 접수됐다. 2012년 1만여건, 2017년 5,800여건 등 과거와 비교하면 부쩍 늘어난 관심이다. 1위로 꼽힌 단어는 '국민(3,328건)'이었다. 당명 개정 작업을 주도하는 김수민 홍보본부장은 26일 통화에서 "이념 중심이 아니라 당이 조금 더 확장성을 갖고 유연한 방향으로 나아가길 국민들이 원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공모 결과를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