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국무총리가 25일 극우 단체의 8ㆍ15 서울 광화문 집회를 허가한 법원을 겨냥해 “잘못된 집회 허가로 방역 조치가 다 무너졌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참으로 유감"이라고도 했다. 정 총리는 전날 광화문 집회를 허용한 법원 판단에 “적절하지 않았다고 판단한다”고 했지만, 비판 수위를 한층 끌어 올린 것이다.
정 총리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광화문 집회를 허가한 서울행정법원 판결에 “그런 (보수) 집회를 허가하면 원래 신고한 내용과 다르게 (대규모) 집회가 진행될 거라는 정도의 판단은 웬만한 사람이면 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그 같은 예측을 놓친 것이 참으로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정 총리는 이어 “이로 인해 국민의 건강 위협은 물론이고 국가적으로 엄청난 세금이 낭비되고 있다”며 “잘못된 집회 허가 때문에 (방역 조치가) 다 무너졌다”고 말했다. 법원 결정이 정부의 방역 노력을 무위로 돌렸다는 취지의 발언이었다. 정 총리는 그러면서 “지금 200명이 넘는 (집회 관련) 확진자가 나왔고, 그분들이 전국적으로 전파시킨 환자들이 앞으로 더 나올 것”이라며 “정말 우리가 상상하기 싫은 일이 벌어진 것에 대해 너무 유감스럽다”고 날을 세웠다.
정 총리의 법원 비판 발언에 이종배 미래통합당 의원은 "사법부의 독립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정 총리는 "법원의 집회 허가로 경찰의 광화문 집회 차단 기회가 빼앗기고 코로나가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상황"이라며 "저도 사법부 결정에 발언을 자제하던 평소 태도에서 벗어나야 겠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이어 "광화문 집회 허가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못을 박았다.
추미애 법무부장관도 이날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법원이 헌법에 보장된 집회 권리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을 듯하다"고 전제하면서도 "유례없는 감염병에 백신도 개발 안 된 상황을 판사로서 판단하기 뭐했다면 전문가의 자문 소견을 들었으면 어떨까 했다. 사태를 좀 안이하게 판단한 것 아닌가. 유감이다”라고 비판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들의 이런 반응은 여권 전체의 분위기와 상통한다. 최근 민주당 일부 의원들은 8ㆍ15 광화문 집회를 허용한 서울행정법원 부장판사의 이름을 따 ‘박형순 금지법’을 발의했다. 감염법상 집회제한이 내려진 지역에서는 집회ㆍ시위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예외적으로 허가할 때는 질병관리본부장의 의견을 의무적으로 듣도록 한 내용이다. 대규모 집회로 감염병이 급속도로 확산된 이번과 같은 상황의 재발을 원천적으로 차단해야 한다는 게 여권의 기류다.
앞서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14일 “실제 집회 시간이 4~5시간으로 짧을 것이며, 100여명의 소수 인원이 참석해 사회적 거리 두기 준수에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판단한다”며 극우 시민단체의 8ㆍ15 광화문 집회를 허용했다. 하지만 법원 판단과 달리 집회에는 5,000명 이상 참가자들이 몰렸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의 결정적 빌미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