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수해는 인재… 환경부 조사 말고 감사원 감사를"

입력
2020.08.24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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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한 농성 최영일 전북도의회 부의장 
"댐 방류량 조절 실패가 원인
농민들에게 실질적 보상하고
60년 된 댐 운용규정 고쳐야"

전북도의회 최영일(순창) 부의장이 정부의 수해참사 대책 마련을 촉구하며 행정안전부 세종청사 앞에서 천막농성을 시작한 지 24일로 1주일을 맞았다. 최 부의장은 "수해 대참사의 철저한 원인 규명과 특별재난지역 추가 지정, 합당한 보상 및 지원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농성을 풀지 않겠다"고 결의를 다졌다.

최 부의장은 수해 참사 발생 열흘이 되도록 정부가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자 일주일째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다. 천막 안 수은주가 30도를 웃돈 이날도 최 부의장은 농성장을 떠나지 않은 채 "전북지역 수해 참사는 방류량 조절을 잘못해 빚어진 인재인 만큼 댐 관리감독 기관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가 뒤따라야 한다"며 "사태 원인 규명과 감사원 감사, 주민에 대한 합당한 보상이 이뤄질 때까지 농성을 멈추지 않겠다"고 말했다.

최 부의장은 이번 수해를 인재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최악의 물난리를 겪은 섬진강댐과 용담댐 하류에 위치한 순창ㆍ무주ㆍ임실ㆍ진안ㆍ장수ㆍ완주 등 전북지역 6곳에 대해서도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촉구했다. 정부는 이날 3차 특별재난지역을 추가 선포하고 최 의원이 요구한 6곳 중 5곳을 지정했다. 임실ㆍ순창은 일부 면 지역이 지정됐다.

최 부의장은 수해 피해 주민에 대한 현실적인 보상도 요구했다. 그는 "특별재난지역에 포함되더라도 실질적인 복구비용은 공공시설에 국한되고 사유시설에 대한 지원은 미미하다. 농약대금, 세제 혜택, 공과금 지원 정도로는 분노한 농심을 달래기에 버겁다"며 "댐 방류량 조절 실패로 참사를 입은 농민에 한해 실질적인 보상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부의장은 근본적인 대책도 요구했다. 수해 참사 원인으로 지목된 댐 관리의 운용지침 개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그는 "현재 운용 중인 댐 관리 규정이 60년이나 됐지만 그 동안 한 번도 개정되지 않았다"며 "환경이 크게 바뀌었지만 지금까지도 60년 전 규정을 그대로 쓰고 있다. 이번 기회에 수해 위기 대응 매뉴얼을 다시 만들고 댐 운용 규정을 즉각 정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7~9일 집중호우로 전북도에서는 1만7,898건의 도로ㆍ교량ㆍ하천 피해가 발생했으며 피해액은 1,379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3명의 사망자와 1,329명의 이재민이 발생했으며 주택 990동이 침수ㆍ파손되고 농경지 6,867㏊가 침수되는 피해를 입었다. 가축 31만 마리가 폐사하고 비닐하우스는 32.4㏊가 물에 잠겼다.

전북도의회도 관계기관을 항의 방문하며 힘을 보탰다. 전북도의회는 지난 14일 문화건설안전위원회가 환경부장관과 한국수자원공사 사장을 만나 원인규명과 대책마련을 촉구한 데 이어 21일에는 송지용 도의회 의장을 비롯한 의장단이 행안부 세종청사 앞에서 최 부의장과 함께 정부의 대책마련을 촉구하기도 했다.

최 부의장은 최종적으로 감사원 감사 등을 통한 진상규명을 요구했다. 그는 "환경부에서 조사를 하겠다고 나섰지만 면죄부에 그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셀프조사 말고 공정성과 투명성을 담보할 수 있는 감사원 감사를 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전주= 하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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