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위축된 車업체들, ‘한정판’ 마케팅으로 실적 ‘쏠쏠’

입력
2020.08.24 15:56
수입 고급차 전유물 한정판, 국내업체도 잇따라 출시
가성비 중시하는 소비자 자극해 실적향상으로

#1. 쌍용자동차는 최근 지난달에 이어 다시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티볼리 리미티드 에디션을 출시했다. 한정 물량(1,000대)이 완판돼 추가 물량 1,000대를 긴급 편성, 한 홈쇼핑 업체와 판매에 들어갔다. 소비자 선호 옵션으로 구성하고 130 만원 가격 인하 혜택까지 지원하면서 실속 차량으로 인정받고 있다.

#2. BMW코리아는 24일 한정 차량 3종인 X5 M50i, X6 M50i, M340i 등을 출시했다. 3종 모두 BMW 코리아 25주년을 기념한 모델로, 10월에 출시하는 일반 모델 신차보다 앞서서 선보인 차량이다. BMW 측은 한정판 모델만 판매하는 전용 온라인 매장에서만 이 한정판 차량을 판매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위축된 자동차 업계가 잇따른 한정판 모델 출시로 고객 잡기에 나섰다. 차별화된 차량을 원하는 소비자들의 구매 욕구를 자극하면서도 실적 향상까지 꾀하고 있는 셈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리미티드, 스페셜, 프리미엄 등의 이름으로 과거 고가 수입브랜드가 내놓던 한정판 차량을, 최근 국내 업체들도 판매하고 있다. 내ㆍ외장 디자인에 변화를 주거나, 고객이 선호한 옵션을 모조리 추가하면서 변화를 준 게 특징이다. 예컨대 지난달 모두 팔린 티볼리의 경우 출시된 지 5년이나 된 모델이지만, 헤드ㆍ포그ㆍ리어램프에 LED를, 9가지 첨단주행보조기술(ADAS), 6개 에어백, 열선ㆍ통풍시트 등을 적용하며 시장 반응을 이끌고 있다.

제네시스는 2021년형 G90을 6월 말 출시하면서 50대 한정 모델인 ‘스타더스트’를 내놓았다. 별도의 도색 라인에서 수작업으로 진행되는 외장에, 투톤 나파 가죽 및 자수 적용한 전용 시트, 블랙 헤드라이닝 등을 적용한 고급화 전략을 추구한 결과, 공개 직후 반나절 만에 완판됐다.

한정판으로 쏠쏠한 실적 재미까지 보는 업체도 있다. 르노삼성차의 경우 5월 XM3 온라인 스페셜 에디션을 333대 한정 판매한 데 이어, 그 다음 달에는 한정 물량을 대폭 늘린 QM6 볼드 에디션(1,600대 한정)을 선보였다. 르노삼성차가 7월 내수시장에서 올린 실적(6,301대)의 25%에 달하는 물량이다. 르노삼성차 관계자는 “개성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을 공략해 출시한 차량”이라며 “대부분 판매가 이뤄질 만큼, 효자 상품으로 꼽힌다”고 말했다.

쌍용차 역시 한정판으로 실적 반등을 꾀하고 있다. 4월 G4 렉스턴 화이트 에디션에 이어 7월 티볼리 리미티드 에디션ㆍ렉스턴 스포츠 다이내믹 에디션, 8월 티볼리 리미티드에디션 등 인기 제품을 중심으로 한정판을 출시하고 있다. 쌍용차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로 공장 가동을 제대로 못 한 지난달을 제외하면 한정판을 판매한 4월 이후 2달 연속 판매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수입차 브랜드 중에선 볼보차코리아가 눈에 띈다. 볼보는 최근 대형 SUV XC90과 XC60 한정판 에디션을 내놓았는데, XC90은 9,290만 원이라는 고가에도 한정물량인 300대를 완판했다. 중형 SUV XC60도 현재 1,000대 중 900대 이상 판매됐다. 두 한정판 판매량은 볼보 7월 전체 실적(1,069대)을 넘어선 수치다.

BMW코리아도 한정판 모델을 집중 출시하고 있다. 2월 고성능차 M5 컴페티션 35주년 에디션(전 세계 350대 출시, 국내 35대 배정)을 출시한 이후 △4월 M4 쿠페 컴페티션 헤리티지 에디션(750대 중 65대) △5월 M340i 퍼스트 에디션(340대 중 40대) 등을 들여와 모두 완판 기록을 쓰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메르세데스 벤츠에 빼앗긴 수입차 1위 자리를 찾기 위한 고급화 전략으로 보인다”며 “국내 완성차 업체는 가성비를 중시하는 반면 유명 수입차 업체들은 다량으로 판매되면 퇴색되는 희소성을 막기 위해 한정판 마케팅을 사용한다”고 말했다.

박관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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