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지원금으로 짓는 울진골프장...850억 쏟아붓고도 '표류'

입력
2020.08.26 17:00
郡 2017년 9월 사업성 논란에도 원전지원금으로 공사 강행
탈원전에 예산부족ㆍ공사중단으로 사업비 불어나
군의회와 마찰...개장 지연 불가피

경북 울진군이 원전유치 주민지원금 850억원으로 건설 중인 원남골프장(마린CC) 운영 방안을 놓고 울진군의회와 마찰을 빚고 있다. 군은 원전지원금 활용차원에서 골프장 건설을 추진해 내년 10월 개장할 예정이지만 추가 비용과 민간업체 운영기간 등을 둘러싸고 군의회가 제동을 걸고 있는 것이다.

25일 울진군에 따르면 군은 사업비 부족과 태풍피해 등을 이유로 마린CC 개장을 당초 계획보다 1년 늦은 내년 10월로 정하고 다음달 골프장을 운영할 민간업체를 공모할 예정이다. 군은 골프장 개장에 필요한 추가 비용 100억원을 투자할 민간업체를 대상으로 최소 10년의 위탁 운영기간을 보장할 방침이다.

하지만 군의회는 "추가 비용 100억원은 너무 많고, 위탁기간도 초기 3년에 한 차례 연장 가능하도록 한 관련 조례에 어긋난다"며 제동을 걸고 있다.

이에대해 군은 '지자체가 공유재산을 10년 이상 임대할 수 있다'는 지역개발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52조를 들어 반박하고 있지만 의회는 '편법'이라며 맞서고 있다.

군의회가 제동을 걸고 나서는 것은 지역발전과 주민복지를 위해 사용되어야 할 원전지원금이 잘못 쓰이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마린CC는 울진군 매화면 오산리 산 26 일대 121만9,740㎡ 부지에 18홀 규모로 조성되는 골프장이다. 2006년 7월 울진지역 출향인이 투자 의사를 밝혀 시작됐지만 경제성이 없다고 포기했고 2009년 다른 민간업체가 나섰지만 흐지부지됐다.

울진군은 골프장의 사업성이 불투명한데도 신한울원전 1ㆍ2호기 유치로 받은 주민지원금 2,800억원과 추가로 건설될 신한울원전 3ㆍ4호기 지원금을 예상해 직접 건설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다.

군은 2017년 9월 예상되는 건설비 650억원 가운데 90억원만 확보한 채 첫 삽을 떴다. 여기다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면서 신한울 3ㆍ4호기 건설이 중단돼 추가 재원 마련이 불투명해졌다. 군은 울진 지역 유일 종합병원인 울진군의료원에 쓸 예산 160억원까지 골프장에 투입했다.

군의회는 군의 예산 전용에 반대하고 나섰고, 급기야 시공사에 공사비를 주지 못해 4개월간 골프장 건설이 중단되면서 지연 이자 등 11억원을 물게 됐다.

마린CC는 공사 도중 토사가 바다로 흘러 들어 인근 어촌계에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 지난해 10월에는 태풍 미탁으로 현장에도 피해가 발생해 78억원이 더 들었다. 지금까지 이 골프장에 들어간 비용은 토지보상비 40억원 정도와 설계변경으로 추가된 66억원을 합해 850억원에 달한다.

한 울진군의원은 "여태 들어간 돈이 850억원인데 개장에 100억원이 더 필요하다니 이해할 수 없다"며 "1,000억원짜리 사업을 추진하면서 한 번도 타당성 조사나 감사를 받지 않아 감사원에 감사를 요청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이에 울진군 관계자는 "골프장 건설은 전임 군수시절 상당 부분 추진돼 예산 확보의 어려움에도 중단할 수 없었다"며 "막바지 공사가 한창이라 의회를 잘 설득해 계획대로 문을 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정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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