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당국이 도청 방지 기능이 탑재된 일명 ‘비밀통화 휴대폰’(비화폰)을 최근 스마트폰으로 교체했다. SK텔레콤의 2세대(2G) 이동통신 서비스가 지난달 공식 종료된 데 따른 것이다. 군이 스마트폰을 비화폰으로 사용하는 것은 처음이다. 얼마 전까지는 폴더폰을 썼다.
23일 국방부에 따르면,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박한기 합참의장, 육ㆍ해ㆍ공군 참모총장 등 주요 직위자 500여명에게 군 전용 비화 스마트폰이 지급됐다. 군당국을 비롯한 정부 고위급 인사들은 국가 기밀을 비롯한 보안 정보를 주고 받는 전화 통화를 할 때 도청방지 특수 기능이 장착된 비화폰을 사용한다.
군에 새로 지급된 비화폰은 시중에 판매되는 삼성전자 갤럭시 S20을 군 전용으로 개조한 것이다. 도청 방지를 위한 보안 프로그램이 깔려 있다. 군 관계자는 “스마트폰 제작 단계에서 보안 장치를 별도로 탑재한다"며 "암호 기술을 적용한 특수 소프트웨어를 통해 군사 자료를 안전하게 유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스마트폰이 폴더폰보다 보안에 취약하다는 것이 통념. 비화 스마트폰은 외형은 시중에 유통되는 스마트폰과 똑같지만, 보안 수준은 비화 폴더폰과 사실상 같다고 한다. 일반 스마트폰과 달리 인터넷, 와이파이, 테더링, USB 등의 기능이 모두 차단돼 보안 자료를 외부로 유출하는 것이 원천 차단돼 있다. 사진 촬영도 보안 프로그램이 활성화된 상태에서만 가능하다.
기능은 업그레이드됐다. 비화폰을 분실할 때를 대비해 스마트폰에 저장된 파일과 기록을 원격으로 삭제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했다. 비화 폴더폰에선 원격 삭제가 불가능했다.
상용 인터넷망 접속은 불가능하지만, 인트라넷(군 조직 내부에서만 사용하는 근거리 통신망)을 통해 자체 메신저로 사진과 영상을 보낼 수 있다. 전방 부대 등에서 긴급 상황이 생겼을 때를 대비해서다. 카카오톡 메신저 같은 군 전용 단체 채팅방에서 사진, 영상 정보를 실시간 공유할 수 있다. 적군 침투나 교전 등 현장 상황을 중계하듯 상부에 보고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비화 폴더폰에선 전화 통화와 문자 전송만 할 수 있었다. 해외 로밍도 가능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