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공수처 출범' 브레이크 밟는다

입력
2020.08.2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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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에 한껏 속도를 내던 더불어민주당이 브레이크에 발을 얹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세, 7월 임시국회의 입법 독주 이후의 여당 지지율 감소세를 감안, 신중 모드로 돌아설지를 고심 중이다.

9월 정기국회의 최대 쟁점은 '공수처'로 꼽혔다. 박병석 국회의장은 지난 21일 미래통합당에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을 정기국회 개회식(9월1일) 전까지 추천해달라’는 공문을 보냈다고 23일 국회가 공개했다. 박 의장이 통합당에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 선정을 촉구한 건 지난 6월에 이어 두 번째로, 날짜를 특정한 건 처음이다. 시한을 못박아 밀어붙이겠다는 여권 주류의 의중이 실린 것으로 해석됐다.

하지만 정작 민주당 내부 기류가 바뀌고 있다. 민주당은 얼마 전까지 '관련 법을 바꿔서라도 공수처 출범을 강행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이었다. 민주당 관계자는 23일 “공수처 강행을 위한 공수처 관련 법 개정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며 "통합당의 협조를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 통합당이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을 선정하는지 여부를 일단 지켜보겠다는 취지다.

이달 5일 이해찬 민주당 대표와 “국회 탈법 상태와 공수처 출범 지연을 용인할 생각이 없다”고 별렀을 때와 기조가 변한 것이다. 당시 민주당은 통합당이 추천위원을 인선하지 않아도 국회의장 직권으로 선정할 수 있도록 공수처법 운영규칙을 개정하는 방안 등을 검토했었다. 그러나 공수처 출범 전에 운영규칙부터 바꾸면 '또 다른 입법 독주'라는 비판을 부를 터였다.

다른 민주당 관계자는 “지금은 수해 복구와 코로나 대처에 더 집중해야 할 때”라며 “9월 국회에서 공수처 출범을 강행하는 모습을 보이면 여론이 악화할 가능성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해찬 대표가 야당에 공수처 출범 협조를 압박한 지난 5일 이후 각종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하락세였다.

통합당 역시 ‘공수처 무조건 반대’에선 다소 선회한 모습이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23일 지역 언론과 인터뷰에서 '헌법재판소의 공수처에 대한 위헌 심판을 기다리겠다'는 입장을 재차 밝히면서도 통합당 몫의 추천위원을 선정할 가능성을 열어 뒀다. 그는 “내부적으로 (추천위원 선정을 위한) 준비가 상당히 돼있다”며 “민주당에서 법을 바꿔 추천위원을 몽땅 가져가려는 상황이 오면, 우리 당 몫을 추천하는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빈 기자
조소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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