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진출해 있는 외국계 기업이 국내에서 적지 않은 수익을 올리고도 한국 사회에 대한 기여도는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해 국내 기업들이 수익성 악화에도 불구하고 투자와 고용을 확대한 것과 달리 외국계 기업들은 매출과 수익은 늘었지만 평균 투자와 고용은 감소했다.
23일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지난 해 국내 500대 기업 내 외국계 기업(공동지배 제외) 43곳을 분석한 결과 이들 기업의 투자액(유ㆍ무형 자산 취득액)은 3조4,985억원으로 2018년 대비 25.5% 줄었다. 또 직원 수는 8만6,187명으로 전년보다 4.3% 감소했다.
반면 이들 기업의 지난 해 매출은 총 149조3,328억원, 영업이익은 5조4,179억원으로 전년보다 각각 3.8%, 7.4% 증가했다. 지난 해 외형 확장과 이익 개선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은 가운데서도 투자와 고용은 축소했다는 의미다.
2018년 외국계 기업 내 투자액 기준 '톱3'였던 에쓰오일(S-Oil), 코스트코코리아, 코닝정밀소재가 지난 해 일제히 투자를 줄였다.
에쓰오일의 작년 투자액은 8,276억원으로 2018년(2조417억원) 대비 59.5% 감소했고, 같은 기간 코스트코코리아(770억원)와 코닝정밀소재(1,800억원) 투자액도 각각 81.7%, 38.9% 하락했다.
직원 수는 조사대상 43곳 가운데 16곳은 지난해 총 1,188명 늘렸으나 19곳은 5,102명을 줄였다. 한국GM이 업황 악화와 구조조정 여파로 2018년 대비 직원 수를 28%(3,510명)가량 줄인 것이 전체 고용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이는 국내 기업들이 지난 해 실적 악화에도 투자와 고용을 늘린 것과 대조된다. 국내 기업의 지난해 매출은 2,517조6,555억원으로 전년 대비 2.1% 증가에 그쳤고, 영업이익은 142조909억원으로 30.2% 급감했다. 이러한 가운데서도 투자액(161조9,833억원)과 직원 수(146만5,294명)는 1년 전보다 각각 1.8%, 1.7% 확대됐다.
외국계 기업들의 배당 성향은 평균 80%대로 높은 편이었다.
지난 해 43개 외국계 기업의 배당금 총액은 2조8,287억원으로 2018년 대비 1.6% 줄었으나 당기순이익 감소 영향으로 평균 배당 성향은 전년 대비 0.7%포인트 높아진 80.7%를 기록했다. 또한 이들 외국계 기업의 국내 기부금은 710억원으로 전년 대비 6.1% 늘었으나 매출액 대비 기부금 비중은 0.05%로 2018년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국내 기업의 매출액 대비 기부금 비중이 0.1%대인 것에 비하면 절반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