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성 금성버스터미널(탑리시외버스정류장) 해암갤러리에서 사진전이 이어지고 있다. 60년 된 버스정류장 대합실에 2년 전 갤러리를 겸해 열고서 세 번째 사진전이다. 발길 드문 시외버스정류장에 다시 눈길이 붙들린다.
'소소한 일상전'. 평생 버스정류장을 지켜온 해암 김재도(84) 사진작가 겸 금성버스터미널 대표가 사진첩 같은 일상 100여 점을 열어 보인다. 올 2월부터 휴대폰 카메라로 찍은 사진에다 지난해 의성군 석전대제 모습을 더했다.
새벽마다 버스정류장 옆 집을 나서 조문국유적지까지 돌아오는 산책길에 찍은 꽃이 많다. 정원의 꽃들도 있다. 작약, 튤립, 팬지, 코스모스, 금낭화, 큰꿩의비름, 쑥부쟁이, 하늘매발톱, 괭이밥. 비오는 날의 산운마을 돌담장은 운치를 더한다. 비닐로 멀칭한 밭이랑들을 금성산은 젖 물리듯 품에 안고 있다. 마당에 키우는 고추, 상추, 호박 틈새 한쪽에서 진돗개는 새끼를 다섯 마리나 낳았다.
코로나19로 일상의 발길과 생업이 묶이면서 소읍의 풍경은 더욱 적막하다. '소소한 일상'이라 쓰고 '소중한 일상'이라 돌아보는 버릇이 팬데믹 증후군이다. 송도사진관 옆 왕궁다방, 그 아래 휴게실로 이름 바꾼 목화다방. 사진의 배치가 그렇다. 사진 속 휑한 거리와 녹슨 빈집,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표정이 읽힐 듯 말 듯하다. 팬데믹과 함께 소소해서 오히려 한 장면도 허투루 지날 수 없는 일상의 전복이 사진에 고요히 담겼다.
"2013년 오십 평생 동고동락하던 아내가 먼저 세상을 떠나고 외로운 노후를 감당하기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정류장도 이용객이 하루 20~30명이니 왼종일 개점 휴업이다. 소일 삼아 동네를 많이 돌아다니며 보이는 대로 휴대폰 카메라로 수도 없이 사진을 찍었다." 작가의 말은 담담하다. '소풍 온 이 세상'에서 마지막까지 가져갈 것은 사진첩 같은 추억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