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진짜 미국을 회복하겠다”며 출사표를 던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집권 4년 동안 다양성과 희망 등으로 대표되는 미국의 가치가 허물어졌다는 비판이다. 그는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극복 방안을 설명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면서 트럼프의 보건 대응 실정을 맹렬히 공격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민주당 전당대회 마지막 날인 20일(현지시간) 델라웨어주(州) 윌밍턴의 한 체육관에서 후보 수락 연설을 통해 “공포보다는 희망을, 허구보다는 사실, 특권보다는 공정성을 선택해야 할 때”라며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코로나19와 인종차별 반대시위 등을 예로 들면서 현재 미국사회에는 분노와 두려움, 분열이 팽배해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단합하면 우리는 미국에서 어둠의 시절을 극복할 수 있고 극복할 것”이라며 “나는 어둠이 아닌 빛의 동맹이 될 것이다. 우리가 함께 모일 시간”이라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바이든은 당선 첫 과제로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꼽았다. 그는 이번 감염병 위기가 “이렇게까지 심각할 필요는 없었다”면서 “캐나다, 유럽, 일본 등지에서는 감염 발생 건수가 적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극복 방안으로 △광범위한 검사와 안전 개학 지원 △미국산 필수 의료ㆍ보호 장비 비축 등을 언급했다. 그는 트럼프에게 쏟아지고 있는 비난을 의식한 듯 “정치는 접어두고, 전문가의 입을 막는 일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국민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도 했다.
트럼프의 방역 실패에 대한 직설적 비판도 이어졌다. 바이든은 “기적을 계속 기다리는 대통령에게 줄 소식이 있다. 기적은 오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어 “대통령은 국가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 그는 우리, 그리고 미국을 보호하는 데 실패했다”고 말했다.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하면 지난 4년과 똑같이 책임지지 않고 증오와 분열의 불씨에 부채질만 하는 대통령이 될 것이라는 비난도 곁들였다.
공화당 정책도 공격 대상이 됐다. 부유층과 대기업의 세금을 줄여주려 노력하는 공화당과 달리 자신은 사회보장과 의료보험을 보호하겠다고 천명했다. 바이든은 연설을 마무리하면서 “훗날 역사가 오늘을 ‘사랑과 희망, 빛이 미국의 영혼을 위한 싸움에 동참하면서 미국의 어둠이 끝나기 시작한 때’로 서술하게 하자”고 지지를 거듭 당부했다. 그는 연설을 마친 후 부인 질 바이든과 체육관 밖으로 나와 인근에 주차된 차량 안에서 연설을 듣던 지지자들과 함께 불꽃놀이를 관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