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하이밍  "노태우 전 대통령은 우물 판 사람... 잊지 못해"

입력
2020.08.20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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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전 대통령 재임기인 1992년 한중 수교
주한 중국대사, 28주년 앞 노 전 대통령 예방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가 지난 19일 노태우 전 대통령을 예방했다. 싱 대사는 ‘물을 마실 때 우물을 판 사람을 생각한다’는 뜻의 음수사원(飮水思源)을 언급했다. 한중수교는 노 전 대통령 재임 기간인 1992년 8월 24일 이뤄졌고, 노 전 대통령은 그 해 9월 중국을 방문했다. 대한민국 최고 지도자로는 처음이었다. 싱 대사가 노 전 대통령을 ‘한중관계의 우물을 판 사람’으로 표현한 것이다.

20일 노 전 대통령 측과 주한중국대사관에 따르면, 싱 대사는 전날 서울 연희동 노 전 대통령 자택을 찾았다. 노 전 대통령 재임 때 이뤄진 한중수교 28주년을 5일 앞둔 시점이었다.

싱 대사는 “중국에 ‘우물 물을 마실 때는 우물을 판 사람을 잊을 수 없다’는 말이 있다”며 “우리는 노 전 대통령이 퍼준 물을 잘 마시고 있으며, 오랜 기간 한중 관계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속적으로 한중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한 뒤 노 전 대통령의 장수도 기원했다고 한다. 2002년 전립선암 수술을 받은 노 전 대통령은 이후 건강이 나빠져 20년 가까이 병상에 누워 있다.

노 전 대통령 측 관계자는 한국일보 통화에서 "얼마 안 있으면 한중수교 28주년인데다, (노 전 대통령이) 몸이 불편하셔서 문병차 방문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싱 대사가 예방할 당시 노 전 대통령 자녀인 노재헌 동아시아문화센터 원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노 관장의 차녀인 최민정씨도 함께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 뿐 아니라 그 가족도 중국과 인연이 깊다. 노재헌 원장은 한중수교 20주년을 맞아 설립된 동아시아문화센터(한중문화센터 후신)를 이끌고 있고 중국에서 유학한 최민정씨는 해군 중위로 전역한 뒤 중국 투자회사에 입사해 주목을 받았다. 이날 싱 대사 예방도 중국대사관 측에서 노재헌 원장 측에 접촉해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싱 대사 예방은 미중 갈등이 심화되는 가운데 중국이 우리나라를 우군으로 확보하려는 밀착 행보 속에 이뤄져 눈길을 끈다. 중국 외교수장인 양제츠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은 오는 21일부터 1박 2일 일정으로 방한해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만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연내 방한 여부 등도 논의될 전망이다.

정승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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