앉아 쏘고 누워 쏘고… 마차도, 내야가 ‘안방’

입력
2020.08.21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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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유격수 딕슨 마차도(28)의 '홈런급 명품 수비’가 KBO리그 수준을 한 계단 끌어올리고 있다.

2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0 KBO리그 두산과 롯데의 시즌 13차전. 3회말 두산 페르난데스의 타구가 3-유간으로 천천히 흐르자 마차도는 빠르게 대시해 포구한 뒤 아웃시켰다. 하지만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이어진 김재환의 타석에서는 유격수 앞에서 튀어 오르는 까다로운 강습 타구를 잘 잡아 앉아서 1루로 송구하는 ‘앉아 쏴’를 선보였다. 송구가 1루수 앞에서 바운드되면서 아웃 카운트를 잡는 데는 실패했지만 탄성이 터져 나오기엔 충분했다.

6회에는 ‘눈이 호강하는’ 수비가 이어졌다. 3-2로 쫓긴 1사 1루에서 국해성의 좌전 안타성 타구를 잡아 흐름을 끊었다. 내야 안타가 됐지만 주자의 추가 진루를 막았다. 이어진 박건우 타석에서는 ‘누워 쏴’로 수비의 정점을 찍었다. 3-유 간으로 빠지는 박건우의 타구를 몸을 던져 막아낸 뒤 한 바퀴 구르며 누운 자세에서 다리 사이로 2루에 송구해 1루 주자를 잡아냈다. 특히 △왼쪽 글러브에 들어간 공을 송구하는 오른손으로 부드럽게 연결하는 과정 △넘어져 구르면서도 2루수 안치홍에 시선을 떼지 않은 집중력은 예술에 가까웠다.


이날 경기는 이대호가 9회초 2타점 역전 결승타를 치며 롯데의 6-5 재역전승으로 끝났지만, 승리의 발판이 된 건 유격수 마차도의 환상적인 수비였다. 마차도가 왜 올 시즌 올스타 투표 1위를 달리는지 증명하기에 충분한 경기였다. 마차도는 타격에서도 시즌 타율 0.304에 홈런 7개 46타점, 43득점으로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

마차도의 수비는 화려할 뿐만 아니라 탄탄하기까지 하다.

20일 현재 82경기에서 705 수비이닝을 소화하며 378번의 수비 가운데 375개의 아웃을 잡아내며 수비율 99.2%로 리그 내야수(1루수 제외) 가운데 가장 높다. 또 야구통계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마차도는 평균대비수비승리기여도 1.423, RNG(수비범위관련 득점기여) 9.85, RAA(평균대비수비득점기여) 11.25 등 수비 관련 전 부문에서 리그 1위를 달리고 있다. 그의 수비가 팀 승리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뜻이다.


올 시즌 롯데는 팀 수비율 98.7%로 리그 1위고 실책도 41개로 리그에서 가장 적다. 지난해 수비 실책 114개로 리그에서 가장 많았고 2018년(117개ㆍ10위)에도 고전했던 것과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이다. 물론 ‘마차도 한 명이 롯데의 수비를 바꿔놓았다’고 단언할 순 없지만 올 시즌 그의 활약상을 고려하면 시너지 효과는 분명해 보인다.

강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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