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 바뀐 인사 청문회 풍경... 국회도 코로나 '초비상'

입력
2020.08.19 21:00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수도권 재확산으로 국회에도 초비상이 걸렸다. 의사당이 서울 한복판인 여의도에 위치한 데다 의원과 보좌진, 취재진, 외부 방문자 등으로 평상시에도 공간 밀집도가 매우 높아 이들끼리의 접촉이 빈번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각종 의정 활동 중 대면 접촉이 활발한 정치인의 특성상 어느 직군보다 감염 위험에 자주 노출된다는 점도 문제다.

때문에 광복절 연휴가 끝나자마자 국회 사무처를 비롯해 여야 각 정당마다 예정된 일정을 연기하거나 축소 또는 비대면으로 전환하는 등 코로나19 감염을 예방하기 위한 방역 조치를 강화하고 나섰다.

방역 강화 조치는 당장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김대지 국세청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풍경부터 확 바꿔놓았다. 사진 및 영상기자만으로 풀단을 구성해 언론 취재 인력을 최소화하면서 청문회장은 한가하다 못해 썰렁했다. 평상시 인사청문회마다 빼곡했던 후보자석 뒤 관계 기관 공무원석은 거리두기 차원을 넘어 텅텅 비었고, 의원석 주변에서 분주히 오가던 보좌진들 역시 자취를 감췄다.

취재진의 수가 제한되다 보니 각종 의혹과 논란의 주인공인 후보자에게 집중되던 플래시 세례 또한 볼 수 없었다. 불과 20여일 전 박지원 국정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당시 박 후보자의 일거수일투족을 따라 눈부신 플래시 불빛과 셔터 소리가 한꺼번에 쏟아지던 것과 대조적이었다.






더불어민주당은 18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앞서 출입기자단에 소수인원의 풀단 구성을 요청했다. 이날부터 수십 명의 취재진이 회의장에 입장하기 위해 출입문에 몰리거나 비좁은 회의장을 가득 메운 채 참석자의 발언을 메모하는 풍경은 사라졌다. 29일 잠실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1천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치러질 예정이던 전당대회 또한 비대면으로 개최하는 방법을 논의하고 있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19일 예정된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를 연기했다.

미래통합당 역시 예정된 행사를 가급적 비대면으로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18일 대구를 방문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방의원 600여명이 참석할 예정이던 공개 특별 강연을 취소하고 유튜브 생중계로 대신했다. 19일에는 소수의 당 지도부만으로 호남 방문단을 꾸려 광주 5.18 민주묘지를 참배했다. 분향 후 이례적으로 바닥에 무릎을 꿇고 묵념하면서도 거리두기를 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한편, 국회 사무처는 18일 상황별 조치사항이 담긴 50페이지 분량의 '코로나19 예방 및 대응을 위한 방역 매뉴얼’을 배포했다. 박병석 국회의장도 국회의원 300명 전원에게 친전을 보내 앞으로 2주간 의원회관에서 예정된 세미나와 간담회를 연기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로 인해 의원회관 게시판에는 행사 안내 포스터 위에 행사 연기를 알리는 스티커가 부착되기도 했다.


오대근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