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 지지율이 탄핵 사태 이후 처음으로 더불어민주당을 추월한 지난 13일 궁금증이 일었다. 통합당이 달라졌는지, 그리고 변화가 지속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들었다. 그래서 다음날 김종인 비대위원장을 만났다. 그와 당지도부는 지지율 역전 소식에 아랑곳하지 않고 오전에 서울 가락농수산물시장을 찾아 상인들의 고충을 들은 터였다. 이미 당에는 ‘말조심, 술 조심, 표정 조심’ 지시가 내려졌다고 당직자가 귀띔했다.
김 위원장은 통합당 상승세가 지속될 걸로 자신했다. 정부 여당은 문제를 해결할 생각이 전혀 없지만 통합당은 변신할 거라는 게 이유였다. 아닌 게 아니라 기본소득을 정강정책 1호로 올린 건 민주당으로서도 아픈 대목이다. 대선 전략 아니냐는 질문에 “미래를 내다보는 정당이라면 당연한 것 아니냐”는 답이 돌아왔다.
‘호남 보듬기’ 행보도 통합당의 변화를 상징한다. 수해 복구 장소로 영남이 아닌 호남을 택한 거나 김 위원장이 이번 주 광주 5ㆍ18묘지를 찾는 것도 이례적이다. “지난 총선 호남에서 고작 4% 득표율을 받은 정당이 집권이 가능하겠느냐”고 그는 되물었다. 광주에서 내놓을 메시지가 민주화에 초석을 놓은 5ㆍ18 정신을 강조하는 내용이라니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하지만 이런 외형적 변모에도 불구하고 선뜻 믿음이 가지 않는 것은 통합당의 전력 때문이다. 보수 야당은 과거 위기 때마다 천막 당사를 치고, 당명을 바꾸고, 무릎을 꿇었다. 경제민주화 분칠도 했다. 그러나 난국을 벗어나면 다시 과거로 퇴행했던 게 어디 한두 번인가. 보수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문재인 정부에 대비되는 ‘유능함’인데 과연 그런가. 김 위원장도 그 부분에서는 자신 있게 대답하지 못했다.
나라를 흔들고 있는 부동산 문제만 해도 그렇다. 정부를 비판하는 건 쉽다. “주택정책을 이념으로 접근한 게 문제의 시작”이라는 김 위원장의 지적은 옳다. 하지만 경제전문가인 그에게 대안을 거듭 물었지만 “내가 책임지는 사람이 아닌데 얘기할 필요가 없다”는 말은 무책임하게 들렸다. 통합당이 내세우는 부동산 정책이라고는 늘 공급 확대와 규제 완화다. 세금을 늘려서도 안 되고 투기 억제책도 필요 없다고 한다. 주택 문제가 주거에서 욕망의 도구로 변질되고 있는데 시장에만 맡겨 놓으면 풀릴까.
여당의 ‘입법 독주’는 비판받아 마땅하지만 야당의 책임은 없는가. 이 질문에 김 위원장은 “야당은 문자 그대로 오포지션(opposition), 반대하기 위해 존재한다”고 했다. 그러나 정책 대안을 내놓지 않고 비판만 하는 야당을 좋아할 국민은 별로 없을 것이다. 8월 국회에서 삿대질과 표결 불참 말고 정부 정책의 허점을 논리적으로 공박한 의원은 없었다. 정치란 묘해서 상대가 못하면 그에 편승하려 할 뿐 자기가 잘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하기 쉽다. 자신을 바꾸는데 성공해야 비로소 반사이익을 제대로 누릴 수 있는 법이다.
임기가 내년 4월 재ㆍ보선까지인 김 위원장은 당이 붙잡으면 더 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손사래를 쳤다. 그러면서도 그는 이후의 통합당을 걱정하는 듯했다. “옛날로 돌아가면 희망이 없다는 것을 모두 알 것”이라고만 했다. 김 위원장은 “그렇진 않을 거라고 본다”고 했지만 확신은 없는 듯했다.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에 “문제가 누적되는데 인적 쇄신과 정책 쇄신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통합당도 다르지 않다. 김 위원장의 우려처럼 “꾸준히 변신하지 않으면 언제든 벼랑에 떨어질 수밖에 없다”. 여권과 야당의 지지율이 팽팽해진 지금 양쪽 모두에 필요한 것은 쇄신과 실력이다. 국민의 마음을 얻기 위한 경쟁은 이제부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