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코로나19 수혜주로 꼽히는 진단키트 생산업체들의 주가 폭락세가 심상치 않다. 실적이 예상을 크게 상회하는 등 호재는 넘쳐나는데 주가가 돌연 곤두박질치고 있다. 코로나 '특수' 기대감에 단기 급등했던 주가가 제자리를 찾는 과정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다만 주말 사이 코로나19가 재확산 추이를 보이고 있어 주가 역시 다시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진단키트 대장주로 꼽히는 씨젠 주가는 7일 31만2,200원으로 최고점을 찍은 후 닷새 연속 하락하며 14일 22만1,400원까지 추락했다. 일주일 사이 30% 가까이 추락한 것이다.
분자진단 전문기업인 씨젠은 코로나19 확산 초창기부터 해외시장을 선점하며 몸집을 키워왔다. 올해 주가 상승률만 908%에 달하며 코스닥 시가총액 순위 2위(14일 기준 5조8,082억원)를 꿰찼다. '갓젠(God(신)과 씨젠을 합친말)'이란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실적도 준수했다. 13일 공개한 2분기(4~6월) 실적을 보면 매출액 2,748억원, 영업이익 1,690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다. 같은날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은 한국 지수 구성 종목에 씨젠과 알테오젠, 신풍제약 등 코로나 수혜주들을 대거 편입시킨다고 밝혔다. 통상 MSCI 지수에 편입되면 수백억에서 수천억원의 매수자금이 유입된다.
하지만 주가는 정반대로 반응한 것이다. 씨젠은 14일 하루에만 19.11% 폭락했고, 랩지노믹스(-5.87%), 수젠텍(-8.19%), 바이오니아(-11.25%) 등 다른 진단키트주들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주식 정보가 오가는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손해를 봐서라도 팔아야 하나"는 문의가 속출하고 있다.
업계선 실적에 비해 주가 상승이 과도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최근 코로나19 진단시약 수출용 허가를 받은 품목이 140여개에 달하는 등 경쟁사가 크게 증가한 것도 주가 급락과 무관치 않다. 제품 특성 상 애초부터 진입장벽이 낮은 탓에 경쟁이 심할 수밖에 없어 더 이상 '특수'를 누리기 힘들어졌다는 것이다.
강하영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14일 씨젠에 대한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보유'로 하향하며 "시약 수출 데이터와 공급 경쟁 상황을 고려하면 2분기 실적이 고점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급등한 주가 역시 코로나19 백신 및 치료제 개발 성과 확인 시 투자심리 악화로 이어질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코로나19 재확산은 여전히 강력한 변수다. 올 겨울 독감과 코로나19가 동시 유행할 가능성이 큰 상황 역시 진단키트주 반등을 점치게 하는 요인이다. 최근 씨젠의 목표주가를 40만원으로 상향한 신재훈 한화증권 연구원은 "인플루엔자 등의 바이러스와 코로나 바이러스를 동시에 검진할 수 있는 진단키트로 시장의 경쟁우위을 가져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