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이 '택배 없는 날'로 지정되면서 택배 기사들이 오는 16일까지 휴가에 들어간다. 1992년 우리나라에 택배 사업이 시작된 이후 28년 만에 처음 있는 단체 휴업이다. 쉬는 날 없이 일하는 택배 기사의 휴식권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다.
그런데 쿠팡과 SSG닷컴, 마켓컬리 등 전자상거래(이커머스)의 당일배송이나 새벽배송 서비스, 편의점의 점포 간 택배 서비스는 365일 제공되고 있어 이들 사이의 근무 환경 차이점이 주목받고 있다. 핵심적인 차이는 고용 형태다. 택배사들은 택배 기사에 배송 업무를 위탁하는 위탁운영제(지입제)를 기반으로 돌아가지만 이커머스는 배송 기사들을 직접 고용해 인력 공백 없는 교대 운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CJ대한통운 롯데택배 한진 로젠택배 등이 속한 한국통합물류협회는 14일을 '택배인 리프레시 데이'로 정해 택배 없는 날을 운영했고 14~16일을 택배기사 휴무 기간으로 정했다. 이번 택배 없는 날에 동참하는 대형 택배사 노동자 수는 전체의 95%에 해당하는 4만명으로 추정된다.
일반적인 택배사들은 기사들과 위탁운영 계약을 맺는다. 기사는 택배사에 본인의 노동력과 차량을 제공하면서 배송 업무를 담당하는 운송 영업권 취득자로 이해하면 된다. 따라서 택배사와 일하는 기사들은 회사에 직고용된 게 아니라 기사 개개인이 자영업자인 셈이다.
택배 기사들의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온라인 쇼핑 이용률 급증 등으로 택배 물량이 폭발적으로 늘었고, 택배업에 뛰어드는 기사들 역시 많아지면서 물건당 배송 단가가 갈수록 낮아질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쉬는 날은 곧바로 수익 감소로 이어지기 때문에 휴무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2년 동안 개인사업자로 택배사에서 일하다 지금은 쿠팡에서 근무 중인 김수훈씨는 "(택배사에서는) 개인사업자이기 때문에 물량을 많이 배송하면 수익을 많이 가져가는 구조"라며 "택배사에서 일할 때는 휴무가 보장되거나 승진 등의 기회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반면 이커머스 업체, 편의점 등의 배송 인력은 원청 또는 도급사와 근로계약을 맺은 노동자다. 소속 직원들은 주 5일제로 근무하며 법정근로시간도 보장된다. 당일배송, 익일배송 등이 끊김 없이 가능한 이유는 기사들 근무일이 교대로 배치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직고용 기반의 쿠팡 배송 인력들은 주 5일 근무에 연 14일 연차와 연 130일 휴무가 주어지며, 매일 쿠팡 배송 기사 3명 중 1명꼴로 휴무를 갖는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편의점도 마찬가지다. CU와 GS25는 근처 편의점에서 접수한 택배를 배송 지정한 다른 편의점에서 찾아갈 수 있는 점포 간 택배 서비스를 운영 중인데, 본래 편의점에 상품을 가져다주던 차량과 인력들이 배송 업무를 겸하는 것이기 때문에 공백 없이 운영된다. CU 관계자는 "배송 차량, 배송 인력 등이 모두 CU의 자체 물류 네트워크라 직원들의 근무일을 조정할 수 있어 끊김 없는 배송이 가능한 것"이라며 "일반 택배, 홈 택배, CU끼리 택배 등 다양한 수요에 대응하는 서비스들이 지속적으로 출시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