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정원 확대 놓고 의정 대립 심화
지역별 의료인력 불균형은 모두 공감 지역의사 뿌리내릴 구체안 마련해야
10년간 의대 정원을 400명씩 증원하겠다는 정부의 계획에 반대해 많은 전공의와 개원의가 14일 파업을 벌였다. 흰 가운을 벗고 거리로 나온 의사들을 지켜보는 심정은 양가적이다.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계획은 설득력이 있고 여론 지지도 받지만 의료 현장에 있는 의사들의 항변을 무작정 ‘밥그릇 지키기’로만 매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의대 정원 확대가 필요하다는 전제에서부터 해법까지 양론이 엇갈린다. 우선 의사 숫자가 과소인지, 과대인지부터 해석이 상반된다. 정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를 제시하며(인구 1,000명당 2.4명, OECD 평균은 3.4명) 의사 숫자가 부족하다고 주장한다. 반대로 의사단체들은 OECD 평균(0.5%)보다 빠른 연평균 의사 증가율(3.1%)을 들어 의사들이 넘쳐난다고 반박한다.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인구 구조의 변화를 바라보는 시각도 정반대다. 노령인구의 증가로 의료량이 증가할 것이라는 주장과 인구 감소로 의료 시장 자체가 축소될 것이라는 반론이 맞선다. 게다가 의사의 증원은 적은 비용으로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받고 싶은 국민, 최소한의 예산으로 국민에게 높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은 정부와 정치인, 좀더 나은 진료 조건과 괜찮은 보수를 유지하고 싶은 의료계 등 각 주체들의 이해가 엇갈려 균형점을 찾기 어려운 사안이다. 구체적 방안으로 들어가면 이해관계는 더 복잡하다. 마치 고차방정식 같다.
문제가 복잡할수록 해법 마련의 단초는 공통된 문제 의식을 찾는 일일 터이다. 의사 숫자 확대 필요성에 대해서는 생각이 다르지만, 의료 인력의 지역별 불균형이 심각하다는 점과 의사들이 특정과에 몰리고 있다는게 바로 모두가 공감하는 지점이다. 후자의 경우 의료수가(진료행위에 대해 지급하는 비용) 조정 등으로 어느 정도 해결이 가능하겠지만, 정작 심각한 문제인 지역별 불균형을 해소할 묘안은 없어 보인다. 정부는 장학금을 지급하는 조건으로 수련 기간을 포함해 10년간 지역에 복무하는 ‘지역의사제’ 도입으로 이를 해결하겠다는 생각이지만 정교한 방법론 없이는 제대로 작동할지 의문이다.
‘서울 강남에서 멀어질수록 의사 연봉이 높아진다’는 의료계의 얘기처럼 높은 보수를 줘도 서울에 비해 경제ㆍ문화적으로 낙후된 지역에서 의사들이 복무할 유인이 낮을뿐더러, 의대생들 모두 ‘슈바이처’를 꿈꾸지 않는 이상 장학금 지원이 지역 복무의 인센티브가 될 수 있을지도 회의적이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학비 지원을 조건으로 의사 면허 취득 후 2~5년 동안 의료취약지에 근무하는 ‘공중보건장학제도’를 도입하고 매년 20명씩 선발하기로 했으나 지난해에 고작 8명, 올해는 4명(신규 기준)만 지원했다. 의사 면허만 따면 어렵지 않게 투자 비용을 회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래저래 이번 정책의 성공 여부는 경제적 유인 이외의 지역복무 동기를 유발시키는 방안을 어떻게 만들어내느냐에 달렸다. 우선 정부 계획상 49명으로 한정된 공공 의대의 규모를 키울 필요가 있다. 이를 ‘지역 의사 사관학교’처럼 운용해 의대생 시절부터 지역 의료에 대한 자기비전을 갖도록 할 필요가 있다. 진료만 보는 것이 아니라 지방 의료원 등에서 공무원처럼 관리자도 될 수 있게 하는 등 지역에 뿌리내릴 수 있는 다양한 경로를 마련해 주는 것도 유인책이 될 법하다.
실제로 군 사관학교 출신들이 임관 후 의대에서 위탁교육을 받고 군의관이 되는 ‘군 위탁 의무장교제도’의 경우 만기 복무(18년) 후 민간 영역에 바로 진출하는 비율은 20% 정도로 낮다. 괜찮은 보수뿐 아니라 장성이 될 수 있는 가능성 등 장기 군복무의 동기가 있기 때문이다. 전국 어디서나 필요한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선 구호만이 아닌 정교한 해법 마련이 필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