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상승' 통합당은 겉으로 웃지 않았다

입력
2020.08.1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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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영 "더 많이 노력해야겠다" 표정 관리
내부 분위기는 고무적 "눈빛부터 달라져"


미래통합당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을 따라잡았다. 리얼미터가 이달 10∼12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507명을 대상으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5%포인트)한 결과, 통합당 지지율은 전주보다 1.9%포인트 오른 36.5%를 기록했다. 민주당은 1.7%포인트 하락한 33.4%였다. 양당 지지율이 오차범위(±2.5%포인트) 안에서 초접전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2016년 말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이후 줄곧 민주당에 열세였던 통합당 지지율이 최근 확연한 상승세를 탔다.

그러나 통합당은 활짝 웃지 않았다. 오랜 만의 역전에 감격할 만도 했지만, “더 많이 노력을 해야겠다는 생각”(주호영 원내대표)이라며 외려 더 고개를 숙였다. 어렵게 찾아온 기회를 걷어차지 않겠다는 절박감, 자칫 자축하는 모습을 보였다가는 역풍을 부를 수 있다는 우려에서 ‘표정 관리’에 들어간 것이다.

통합당이 신중 모드를 펴는 것은 아직은 ‘불완전한 상승세’라 보기 때문이다. 한국갤럽의 조사에선 여전히 민주당의 지지율이 오차범위 밖에서 크게 앞서고 있다. 통합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이 자체적으로 실시하는 정례 여론조사 결과도 갤럽 수치와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 마음이 통합당 쪽으로 향할 만 하면 민심과 동떨어진 언행으로 찬물을 끼얹던 트라우마도 영향을 미쳤다. 통합당 내에서조차 “이제 막말 한 번 나올 때 됐는데”라는 자조가 나올 만큼, ‘안심하긴 한참 이르다’는 기류가 역력하다. 당 핵심 관계자는 “이럴 때일수록 잡음을 만들지 않는 게 중요하다”며 “상승세에 도취해 자만했다가는 반감을 키우고, 여권 지지층의 결집을 부추길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지지율이 계속 상승세를 보이는 데 대해 의원들은 상당히 고무돼 있다. 한 부산ㆍ경남(PK) 지역 중진 의원은 “총선 직후만 해도 ‘우리가 뭘 할 수 있을까’라는 좌절감이 컸는데, 요즘 의원들을 보면 눈빛부터 달라졌다.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붙은 모습”이라고 전했다. 수도권 초선 의원도 “지지율이 오름세이다보니 열패감에서 빠르게 벗어나고 있고, 이런 분위기가 다시 지지율을 견인하는 상승 효과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통합당은 13일 전북 남원에서 수해 복구 자원봉사를 했다. 주 원내대표를 포함, 총 280여명이 대거 호남으로 향했다. 통합당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은 호남 지역 수해 복구에 역대 가장 많은 인원이 “나도 함께 하겠다”며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것이다. 한 초선 의원은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인원이 모여 깜짝 놀랐다. 확실히 당이 살아나고 있음을 느낀다”고 했다.

※상세한 내용은 리얼미터 홈페이지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www.nec.go.kr) 참조

이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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