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 8일 용담댐, 섬진강댐 수문이 일제히 열렸다. 특히 금강 지역 용담댐의 경우 당시 이틀만에 방류량이 300톤에서 2,900톤으로 10배 가량 치솟았다. 막대한 양의 물이 밀려오면서 하류 지역은 속수무책, 아비규환의 현장이 됐다. 이 지역 4개 기초자치단체장이 12일 한국수자원공사(수공)를 찾아 항의에 나선 이유다. 정작 수공은 기상청 예측 실패에 모든 책임을 떠넘겼다.
이날 수공은 정부세종청사 환경부 청사에서 '충청, 영남, 호남 지역 홍수기 다목적댐 운영'과 관련한 브리핑을 열고 "최근 여름철 집중호우 기간 중 논란이 된 섬진강댐, 용담댐, 합천댐 모두 관련 규정에 따라 댐 수위, 방류량를 조절했다"고 설명했다. 집중호우 예보가 있자 홍수기 제한 수위보다 댐 수위를 낮게 유지했고, 방류량 역시 계획방류량을 준수했다는 것이다. 이날 브리핑은 앞서 충북 영동ㆍ옥천군, 충남 금산군, 전북 무주군 등 지자체장이 대전 수공 본사에서 박재현 사장을 만나 “용담댐 수위 조절 실패가 대규모 침수 피해의 원인”이라고 강력 항의하며 피해 복구ㆍ보상을 촉구한 뒤 열린 것으로, 사실상 수공 측 해명의 자리였다.
수공 측 브리핑의 핵심은 방류하면서 규정을 어기지 않았으나 다만 예측을 초월한 강우량으로 어쩔 수 없었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이한구 수공 수자원 본부장은 브리핑에서 “용담댐도 계획홍수위에 5㎝ 못 미치는 수준으로까지 댐 수위를 운영하면서 하류의 홍수 피해를 줄이려는 노력을 했으나 예기치 못한 강우에 의해 방류량을 늘릴 수 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기상청의 예측 실패가 방류량을 늘리게 된 원인이라는 얘기다.
수공은 기상청 예보와 실제 강수량의 격차를 설명하는 자료도 제공했다. 이에 따르면 기상청은 7, 8일 양일간 강수량으로 섬진강댐이 위치한 전북 지역에 100~200㎜(많은 곳 300㎜)를 예보했으나 실제 강우는 섬진강 유역 평균 341㎜, 최대 411㎜(진안 도통)의 폭우가 쏟아졌다. 같은 기간 용담댐 유역에는 평균 377.8㎜, 최대 446㎜(장수)가 쏟아지는 등 예보와 100㎜ 이상의 차이가 났다.
합천댐도 기상청은 경남에 50~100㎜(많은 곳 150㎜ 이상)를 예보했으나 실제 비는 유역 평균 304.2㎜, 최대 357㎜(거창)까지 쏟아졌다. 이 본부장은 "기상청 예보의 정확도가 떨어진 게 피해에 영향이 전혀 없다고 말하기는 어렵다"며 "강우 상황에 대해서는 저희도 전문 기관이 아니라서 기상청에 절대적으로 기댈 수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4개군에서만 주택 204채와 농경지 745㏊가 물에 잠기는 등 막대한 침수 피해가 발생한 책임을 사실상 기상청에 돌린 셈이다.
한편, 환경부는 이날 최근 야권 주도로 정쟁화하고 있는 '4대강 사업'의 홍수 예방 효과에 대해서도 조만간 실증 분석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환경부 관계자는 "평가 계획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이 없다"며 "민간 전문가와 함께 실증적 평가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일종의 태스크포스(TF) 성격의 기구를 환경부 내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문재인 정부를 거치며 그간 4대강 사업 및 보의 치수 영향 관련 조사나 평가를 수 차례 실시했지만, 홍수가 현실화한 상황에서 이를 분석한 적은 없다. 따라서 이번 기회에 지난 10년간 이어져 온 4대강 사업의 홍수 예방 효과 논란이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환경부 관계자는 "이미 각 댐마다 유량이나 수위 관측이 실시간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분석이)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