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인수ㆍ합병계약이 HDC현대산업개발과 금호산업의 대면협상으로 급물살을 탈지 관심이 모아진다. 그간 계약무산 위기까지 몰고 온 현산의 ‘12주 전면 재실사’ 요구가, 이번 협상에서 어떤 식으로 접점을 찾느냐에 따라 인수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금산과 채권단이 지속해서 제한한 대면협의를 HDC현산이 수용함에 따라 이날 실무진 간 협의가 시작됐다. 양측은 이번 주 내 대표급 대면협의 자리를 마련, 지난해 11월부터 벌여온 아시아나항공 계약을 종결짓는다는 입장이어서 12일이었던 계약해제 통보시한은 무의미해졌다.
이번 협상은 HDC현산의 태도가 전향적으로 바뀌어 가능했다는 해석과 계약 해지를 위한 명분쌓기에 그친다는 분석으로 업계에선 의견이 갈린다.
계약성사에 긍정적인 입장은 HDC현산이 기존 입장을 선회한 것에 주목한다. “거래의 정확성과 투명성을 위해 자료와 공식적인 문서로 남기는 게 옳다”며 현산은 사실상 대면협상을 피해왔다. 이 때문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항공업이 직격탄을 맞아 인수전에서 발을 빼려 든 것이라고 업계에선 판단했다. HDC현산 관계자는 “금산이 계약일 전후로 구주 매각단가 인상 요구 등을 위해 만나자고 한 적은 있었으나, 이후 계약 진행을 위한 대면협의 요청은 이달 7일이 처음이었다”고 해명했다.
또 아시아나항공이 2분기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달성했다는 점이 HDC현산의 태도 변화에 영향을 줬다는 의견도 있다. 아시아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극복을 위해 여객이 아닌 화물부문 사업에 주력하면서 2분기 시장 예상치를 크게 웃도는 1,151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코로나19 시대에 자생 가능하다는 점을 증명한 셈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HDC현산이 대표급 대면협의에 대해 “재실사를 위한 협의”라고 목적을 분명히 했다는 데에 주목한다. 이미 주식매매계약 기준일(지난해 6월 말) 대비 아시아나의 재무상태가 극도로 악화돼 경영상태를 신뢰하지 않는다며 재실사 요구를 한 것처럼 계약금 반환소송을 대비한 명분을 만든 행위라는 해석이다.
또 인수 과정에서 아시아나가 추가 차입과 정관 변경, 계열사에 대한 지원 등 재무적 변화를 일방적으로 결정했다며 불쾌감을 표시한 만큼, 계약이 이뤄지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채권단이 무산을 대비해 유동성 지원과 영구채 주식 전환 등 채권단 주도의 경영관리 방안 준비에 나선 점도 계약 해지에 무게가 실리는 대목이다. 재계 관계자는 “재실사 후 헐값에 매각하는 것보다는 경영정상화를 이뤄낸 이후 제 값을 받겠다는 채권단 의지가 반영됐을 수도 있다”며 “핵심의제로 오를 재실사 기간과 범위 등이 얼마만큼 수용 가능한 선에서 조정되는지가 이번 계약을 판가름한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