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이 악연으로? 김조원, 인사도 없이 청와대 떠났다

입력
2020.08.10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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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었던 김조원 청와대 민정수석이 퇴임 소회도 남기지 않은 채 10일 청와대를 떠났다. 김 수석은 이날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수석비서관ㆍ보좌관 회의에 참석 대상자 중 유일하게 불참했다. 청와대 고위 참모들과의 메신저 단체 대화방에서도 인사 없이 퇴장했다고 한다. '다주택 참모는 무조건 주택을 처분하라'는 지시에 시달린 김 수석이 문재인 정부와 ‘섭섭한 이별'을 한 셈이다. 문 대통령과 김 수석은 노무현 정부 때 민정수석과 공직기강비서관으로 근무하며 인연을 맺었다.

문 대통령이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ㆍ보좌관회의에서 김 수석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부동산 민심 이반 등에 책임을 지고 7일 함께 사의를 표명한 노영민 비서실장과 나머지 수석 4명은 모두 회의에 참석했지만, 김 수석만 ‘나홀로’ 불참한 것이다.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이 사표를 수리한 시점이라 '형식상' 문제는 없다. 다만 임기가 10일까지였고, 함께 사표가 처리된 강기정 김거성 수석은 이날 회의에 참석했다는 점에서 사실상의 '항명'으로 받아들여졌다.



김 수석의 불편한 심기는 다시 한 번 노출됐다. 약 3시간 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춘추관에서 정무ㆍ민정ㆍ시민사회 수석 등 3명의 교체를 공식화하고 후임 인사를 언론에 발표한 자리에서다. 강기정 정무수석과 김거성 시민사회수석은 관례대로 청와대를 떠나는 소회를 밝혔으나, 김조원 수석은 나타나지도 않았다.

서울 강남구 도곡동과 송파구 잠실동에 아파트를 보유한 김조원 수석은 노영민 실장이 지난해 12월 일방적으로 내린 주택 매각 권고에 상당한 불만을 품었다고 한다. 이에 동갑인 노 실장과 김 수석의 불화설이 여러 차례 흘러나오기도 했다. 김 수석이 '아름다운 이별'을 끝내 거부한 건 주택 처분 지시를 둘러싼 청와대 내부의 갈등이 깊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김 수석은 최근 잠실 아파트를 시세보다 2억1,000만원 높게 내놓았다가 ‘매각 의지가 없다'는 비판을 사자 매물을 거둬들였다. 그가 청와대를 떠난 이상 주택 처분 의무는 사라졌다. 그러나 아파트를 지킬 경우 "직(織)이 아닌 집을 택한 게 아니냐"는 뒷말을 낳을 가능성이 크다.


신은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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