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에...수몰 50년 만에 모습 드러낸 필리핀 고대도시

입력
2020.08.10 14:20
1970년 건설한 대규모 댐서 물 빠지면서 등장
십자가 온전한 성당서 코로나 종식 기원 미사도


필리핀의 한 고대 도시가 물에 잠겨 있다가 50년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속 희망의 상징으로 여겨지면서 방문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10일 현지 매체에 따르면 수도 마닐라에서 북쪽으로 130여㎞ 떨어진 누에바 에시하 지역의 다목적댐이 몇 달 전 가뭄으로 인해 바닥을 드러내면서 수몰됐던 옛 도시 '올드 판타방안'의 면면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됐다. 300년 역사를 가진 올드 판타방안은 1970년에 댐이 건설되면서 50년간 물 속에 잠겨 있었다.

특히 건물 위 높다란 십자가가 온전한 아우구스티누스 성당이 주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일부 주민은 폐허가 된 성당에서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되길 기원하는 미사를 드리고 있다. 주민 알렉산더 아구스틴씨는 "이 곳에서 자랐으나 댐이 만들어지면서 다른 곳으로 이주해야 했다"면서 "과거를 회상할 수 있어 기쁘다"고 했다. 일부 주민은 도시가 다시 물에 잠길 것에 대비해 드론을 이용해 마을 전경을 촬영하고 있다.



1970년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큰 댐 중 하나가 건설되면서 고대 도시는 사라졌지만 누에바 에시하 지역은 필리핀에서 가장 큰 쌀 생산지로 변모했다. 이번에 고대 도시가 다시 모습을 드러내면서 관광지로도 탈바꿈하고 있다. 이 지역은 필리핀이 300년 넘게 스페인의 지배를 받던 중 가장 먼저 봉기한 8개 주(州) 가운데 한 곳이다. 이를 기려 필리핀은 국기에 햇살이 8개로 뻗은 무늬를 넣었다.



전날 기준 필리핀의 코로나19 환자는 12만9,913명으로 동남아시아 국가 중 가장 많다. 이어 인도네시아(12만5,396명) 순이다. 필리핀 정부는 코로나19 환자가 매일 3,000~5,000명씩 추가되자 다시 봉쇄 조치에 들어갔다.

자카르타= 고찬유 특파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