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한반도에 상륙한 제5호 태풍 '장미'가 다행히 큰 피해를 남기지 않고 소멸했다. 태풍이 제주도에 가장 근접했던 무렵에도 바람이 초속 1~5m로 부는데 그쳤다. 그러나 역대급 비를 몰고온 장마전선은 오는 16일까지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보돼 '최장 장마' 기록을 갈아치울 전망이다.
기상청은 "이날 오전 제주도에 상륙한 태풍 장미가 오후 5시, 울산 서북서쪽 10㎞ 육상에서 온대저기압으로 약화(소멸)됐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강원남부와 남부지방, 동해와 남해에 발표됐던 태풍주의보와 태풍예비특보도 이를 기점으로 모두 해제됐다.
장미가 소형 태풍으로 위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있었지만, 앞서 내린 비로 지반이 약해져 태풍이 동반한 비구름대가 강한 비를 뿌린다면 추가 피해가 예상되는 상황이었다. 앞서 중부지방의 장마전선과 합쳐지면서 전국에 물폭탄을 투하한 태풍 '하구핏'의 전례도 소환됐다.
그러나 한반도에 상륙한 장미는 세력이 급격히 약해지면서, 큰 영향 없이 빠져 나갔다. 장미의 길목이었던 제주도, 부산, 울산에서 모두 별다른 피해가 접수되지 않았다. 제주도에 지역마다 30~100㎜의 비가 오긴 했지만 '강풍'이 없어 피해가 적었다는 분석이다. 해운대 등 부산에서는 국지적으로 강한 바람과 비가 쏟아졌으나 이내 그쳤다.
문제는 지긋지긋한 장맛비다. 이날 48일째를 기록한 중부지방 장맛비는 향후 일주일 가까이 지속될 것으로 예보됐다. 기상청은 "장마전선은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16일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까지 중부지방의 장마 최장 기록은 2013년 6월 17일~8월 4일 49일간인데 예보대로라면 올해 54일로 늘어난다는 얘기다. 이미 제주도는 올해 여름, 49일의 장마로 1998년(47일)의 기록을 경신했다.
기상청은 11일에도 장마전선의 영향으로 경기남부와 강원남부, 충청도, 전북에는 돌풍과 천둥, 번개를 동반한 매우 강하고 많은 비가 오는 곳이 있겠다고 예보했다. 예상 강수량은 △경기남부, 강원남부, 충청도, 전북 50~150㎜(많은 곳 200㎜ 이상) △서울, 경기북부, 강원북부, 전남, 경상도, 제주도, 서해5도, 울릉도, 독도 30~80㎜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