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폭탄 피해... '필사의 탈출' 감행한 가축들

입력
2020.08.09 15:09




주말 집중호우가 내린 남부지방의 침수 및 산사태 피해 현장에서 가축들의 필사적인 탈출이 이어졌다. 물에 잠긴 축사를 떠나 헤엄을 치거나 산사태로 파괴된 농가에서 구조의 손길을 기다리는 가축들의 모습이 포착됐다.

개중에는 구조대나 마을 주민들에 의해 구조된 경우도 있지만 대다수 가축들은 순식간에 불어난 물에 속수무책으로 떠내려갔다. 차올랐던 물이 빠지기 시작한 9일 전남 구례군 구례읍 서시천변 제방 부근에서는 탈진한 소 한 마리가 비탈에 쓰러져 안타까움을 자아내기도 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자력'으로 탈출을 감행한 소떼가 발견됐다. 8일 오후 전남 구례군 사성암에 20여마리의 소떼가 모여 들었다. 저지대에 있는 축사를 탈출한 소들은 인근 도로를 1㎞ 가까이 내달려 해발 531m 높이의 사성암까지 올라온 것으로 보인다. 마치 목적지를 향해 바쁘게 이동하는 듯한 소떼의 모습을 운전자가 촬영한 영상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날 오후 1시경 암자에 도착한 소들은 한 시간가량 풀을 뜯으며 휴식을 취하다 연락을 받고 찾아온 주인의 손에 이끌려 안전한 곳으로 이동했다.





경남 합천군 건태마을에도 축사를 탈출한 소 10여 마리가 농로를 무리지어 걸어가는모습이 8일 카메라에 포착됐고, 하천이 범람한 전북 남원시 대강면에서는 어미소가 송아지들과 함께 헤엄을 쳐 탈출을 시도했다. 물이 빠지기 시작한 9일 구례 양정마을에서는 침수 당시 축사 지붕 위에 올라간 소들이 그대로 지붕 위에 머물고 있는 모습이 발견됐다.

마을 전체가 침수되는 상황에서 위험 지대에 놓인 소와 개 등을 안전하게 대피시키기 위해 애쓰는 주민들의 모습도 보였다. 8일 전남 나주시 다시면 주민들이 축사가 침수되자 트럭과 포크레인을 동원해 소를 다른 축사로 옮겼고, 또 폭우로 섬진강이 범람해 마을이 물에 잠긴 경남 하동군 하동읍에서는 주민이 고무보트를 이용해 침수된 마을에 고립된 검은 개를 구조해 안전지역으로 대피시키기도 했다. 산사태로 주민 5명이 사망한 전남 곡성군 오곡면에서는 8일 주인을 잃은 동네 개들이 갈 곳을 잃고 방황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한편, 7일부터 계속된 폭우로 광주 전남지역에서만 7만㎡의 축사가 침수 등 피해를 입었다.







홍인기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