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마약 밀수가 폭증하고 있다. ‘골든 트라이앵글’로 불리는 태국-미얀마-라오스 국경지대에서 생산된 마약이 코로나19 사태로 직장을 잃은 무직자들을 통해 확산된 것이다. 동남아 각국 정부는 밀입국 방지를 위해 인력을 확충한 국경 검문소에 마약단속반도 보강하는 등 사태 확산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한국일보가 7일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한 올해 3월부터 최근까지 약 5개월 동안 동남아 각국의 마약 단속 현황을 전수 조사한 결과, 가장 많은 마약을 압수한 나라는 베트남으로 확인됐다. 베트남은 같은 기간 740㎏ 이상의 필로폰과 엑스타시 6만정을 적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마약 운반책 검거도 베트남인이 23명으로 가장 많았고, 국경을 접한 라오스와 중국 국적자는 각각 5명, 2명이었다. 지난달에는 한국인 한 명도 호찌민시에서 마약을 운반하려다 붙잡혀 현지 당국의 수사를 받고 있다. 수사 당국은 올해 검거된 베트남 국적 운반책 대다수를 코로나19 실직자로 파악하고 있다.
태국과 캄보디아, 미얀마의 상황도 심각하다. 골든 트라이앵글이 위치한 태국 북부에서 군 당국과 마약단속반은 5~7월 단 석 달간 마약 복용 및 운반 관계자를 1,374명이나 검거했다. 이들을 통해 압수한 마약의 시가는 무려 5억3,500만밧(203억여원)에 달한다. 군 관계자는 “실직자들을 싼 값에 운반책으로 활용한 국경지역 마약 거래가 증가하고 있다”며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되지 않으면 내년에는 60억밧 상당의 마약이 유통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캄보디아 마약퇴치국도 올 상반기에만 1만512명의 마약 사건 관련 용의자를 체포했다. 이는 전년 동기(8,750명) 대비 20%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미얀마는 관련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으나, 앞서 4월 미국 마약국과 호주 연방경찰의 도움을 받아 골든 트라이앵글 지역에서 아시아 역대 최고인 18톤 규모의 필로폰과 마약 합성 성분을 압수한 바 있다.
경쟁적으로 국경 검문을 강화 중인 동남아 나라들은 수사 공조도 본격화했다. 베트남은 라오스ㆍ캄보디아 마약국 및 경찰과 합동해 밀입국 경로 단속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태국 역시 중국ㆍ미얀마와 함께 골든 트라이앵글의 마약 공급 봉쇄를 위해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는 합동 수사를 펴고 있다. 베트남 경찰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을 막으려 밀입국을 강력히 단속하는 과정에서 마약 운반책들도 대거 모습을 드러냈다”면서 “인접국과 공조를 강화해 역내 마약 확산을 최대한 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