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표 "윤석열 해임안 부적절… 정치권, 이제 놔줘야"

입력
2020.08.07 10:14
"윤 총장 메시지 오해한 듯… 오히려 통합당이 화 내야"
"윤 총장에게도 부분 책임 있어,  언어선택 고민해야"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여당 내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의 해임안 건의가 나온 것을 두고 "탄핵 요건이 되지 않고, 해임안은 적절치 않다"며 부정적인 견해를 내비쳤다.

홍 의원은 7일 YTN라디오 '출발 새 아침'에 출연해 "윤 총장의 메시지를 보면 대통령을 향해 독재와 전체주의라고 공격했다는 건 사실관계가 맞지 않고, 그렇게 해석되지 않는다"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윤 총장은 3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신임 검사 임관식에서 "형사법에 담겨 있는 자유민주주의와 공정한 경쟁, 사회적 약자 보호라는 헌법 정신을 언제나 가슴깊이 새겨야 한다. 우리 헌법의 핵심 가치인 자유민주주의는 평등을 무시하고 자유만 중시하는 것이 아니다. 이는 민주주의라는 허울을 쓰고 있는 독재와 전체주의를 배격하는 진짜 민주주의를 말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홍 의원은 이같은 발언을 두고 "최근 임대차보호법 같은 경우도 사회자 약자인 임차인을 보호하자는 뜻인데, 미래통합당이 반대한 것은 우리 헌법의 가치인 평등보다는 자유를 강조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어 "윤 총장의 문맥을 그대로 보면 통합당처럼 사회적 약자 보호를 외면하거나 평등의 가치를 외면한 정치세력에 대해 독재와 전체주의라고 지적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다들 윤 총장의 전문을 안 읽어본 것 같다. 일부 언론에서 잘못 보도하면서 대통령에 대한 공격이라고 하니까 우리 당에서도 반응을 했다"며 "우리 당이 화를 내야할 것이 아니라 도리어 통합당이 화를 낼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또 "검찰총장이라는 지위는 정치적 중립성이나 독립성이 유지되는 자리인데, 이 자리를 자꾸 정치권에서 소환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지금 일부 언론에서 계속 윤 총장을 대권후보로 여기고 있는데, 그러면 육군 참모총장에게도 그렇게 할 건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홍 의원은 언론에서 윤 총장의 발언을 확대해석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자꾸 언론에서 윤 총장의 발언 하나하나를 정치적으로 해석하는데, 윤 총장이 말을 안 하면 안 한다고 뭐라고 하고, 뭐라고 말을 하면 말 한 것을 확대해석한다"며 "이런 자리에 나와서 야당 정치인에게 한 마디 하면 또 윤 총장을 압박했다고 하고 뭔가 악순환에 빠진 것 같다"고도 말했다. 이어 "이제 검찰이라는 조직을 정치적 중립을 유지할 수 있게 놔줘야 할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총장 해임론에 대해서는 "탄핵이나 해임하는 것은 조금 더 확실하고 분명한 과오나 잘못이 있었을 때 해야 하는 것"이라며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그는 "검찰총장의 임기를 보장한다는 우리 제도의 근본 취지는 검찰총장이 어떠한 권력에 흔들리는 것을 막고, 검찰이라는 기관의 정치적 중립, 수사의 독자성을 위해 만들어놓은 것이기 때문에 그러한 취지에 부합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윤 총장에게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며 "어떤 단어나 언어를 선택할 때는 본인의 의도와 무관하게 사회에서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이어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의 관계는 지휘 감독권이 법무부 장관에게 있는데, 법무부 장관과 대립각을 세우면서 정치적 중립의 논란을 스스로 자초한 면이 있다"며 "이번 기회에 윤 총장 스스로도 자신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윤한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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