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비ㆍ구명조끼 덕에... 사고 1시간 만에 구조된 60대 실종자

입력
2020.08.0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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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암댐 하류서 수상레저업체 운영하는 업주
직접 보트 몰고 실종자 구조
"유속 빨라 위험했지만 지켜볼 수만은 없었다"


6일 강원 춘천시 의암댐 선박 전복 사고 현장에서 사고를 당한 사람들 가운데 가까스로 구조된 60대 실종자는 입고 있던 구명조끼와 우비 덕분에 저체온증과 급류 휩쓸림을 피할 수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의암댐 사고 현장 구조를 도운 K수상레저업체와 목격자 등에 따르면 이날 낮 12시30분쯤 의암댐 아래쪽에서 강물을 내다보던 K업체 직원은 급류에 떠내려가는 곽모(69)씨를 발견했다. 해당 직원은 강물 수위가 높아져 시설물 등을 관리 하기 위해 선착장을 오가고 있었다.

직원은 곽씨를 발견한 이후 곧장 K업체 대표 김현도(60)씨에게 구조를 요청했다. 인근에 있던 김씨는 레저 보트를 직접 끌고 홀로 구조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이날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떠내려가는 사람을 쫓아 1㎞ 가량 보트를 운전했다"며 "유속이 너무 빨라서 사람에게 접근하는 것 조차 어려웠지만 그냥 보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곽씨는 댐 상류인 의암호 쪽에서 사고를 당해 댐 수문 안으로 빨려들어갔으나, 댐 하류 쪽에서 극적으로 구출됐다. 구조 당시 곽씨는 입을 열지 못할 정도로 탈진 상태였다고 한다. 김씨는 "의식을 차리게 하려고 거듭 말을 거니 (곽씨가) '춘천시 환경과에 전화해달라'고 말하더라"고 되새겼다. 곽씨는 춘천시 직원이다.

선박 전복 현장인 의암호에서 곽씨가 구조된 춘천시 남산면 춘성대교까지 거리는 13㎞에 이른다. 곽씨가 구조된 시간은 낮 12시36분 쯤이었는데, 곽씨가 댐 수문으로 빨려 들어간 때(오전 11시30분쯤)를 기준으로 볼 때 1시간 이상을 물 속에서 버틴 것으로 추정된다.

곽씨가 거센 물살 속에서 이렇게 오랜 시간 견딜 수 있었던 것은 구조 당시 체온을 유지해 줄 우비와 구명조끼를 착용한 덕으로 보인다. 김씨는 "곽씨는 우비에 구명조끼 차림이었는데, 다행히 조끼를 입어 둥둥 떠내려오는 모습이 선착장에 있는 직원에 포착된 것 같다"며 "곽씨를 물 밖으로 끌어올린 뒤 옷을 다 벗겨 닦아주면서 체온을 유지시켰다"고 전했다. 구조된 곽씨는 병원으로 옮겨졌고, 현재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곽씨는 경찰관 이모(54) 경위와 함께 경찰정에 타고 수상통제선(와이어)에 걸린 고무보트를 구하러 출동했다가, 경찰정이 와이어에 걸려 전복되면서 급류에 떠내려갔다. 소방 당국은 헬기 7대와 소방ㆍ경찰 인력 등 835명을 투입해 곽씨와 경찰정에 탔던 이 경위 등 실종자 5명을 수색 중이다.

이승엽 기자
춘천= 최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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