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대 성추행 피해 주장 여직원 해고 파문 확산

입력
2020.08.06 15:24
허위 신고ㆍ명예실추 이유
피해자, 해고무효소송 제기


전남대학교 산학협력단이 단체 회식자리에서 성추행 의혹을 제기한 여직원을 허위신고와 명예실추 등을 이유로 해고해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전남대 인권센터는 2차례 조사와 징계위원회 재심 과정에서 피해자가 노래방 폐쇄회로(CC)TV 화면까지 제출하며 억울함을 호소했음에도 받아들여지지 않아 결국 검찰과 법원의 판단을 받게 됐다.

6일 전남대와 피해자법률대리인 등에 따르면 피해자 A씨는 지난달 15일 전남대를 상대로 해고무효소송을 광주지법에 냈다. 또 같은 날 광주지검에 전남대 산학협력단 B과장을 강제추행 혐의로 고소하고, 전남대 산학협력단장을 남녀고용평등 및 일ㆍ가정 양립지원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이번 사건의 발단은 지난해 12월 26일 밤 전남대 산학협력단 송년 회식 뒷풀이가 있었던 광주 북구의 한 노래방에서 시작됐다. 이날 노래방에서는 상급자인 B과장이 피해자인 A씨의 손과 어깨, 얼굴을 만지는 등 추행을 했고, A씨가 거부하고 참고인 C씨 등 동료들이 말리는 데도 같은 행동이 반복됐다. A씨는 노래방에서 B과장에게 강제추행을 당했다고 생각해 올해 1월 14일 전남대 인권센터에 신고했다. 이에 인권센터는 같은달 22일 피해자와 가해자, 참고인 등에 대한 조사를 벌였지만, B과장인 아닌 신고자인 A씨에 대해 직위해제를 결정했다.

같은달 18일 산학협력단 징계위원회 1차 회의에서 인권센터에 재조사를 요구해 3월 16일 재조사위원회가 열렸지만 결과는 변하지 않았다. A씨는 해고, 참고인 C씨는 정직 3개월을 결정했다. 산학협력단에 재심을 요청했으나 기각돼 지난 6월 25일 최종 결과를 통보 받았다.

문제는 인권센터가 A씨의 최초 신고내용이 노래방 내 CCTV와 상당부분 차이가 있다는 점을 들어 허위신고로 판단해 징계를 요청했다는 점이다. 산학협력단의 명예를 실추했다는 이유도 포함됐다. 이어 산학협력단 징계위원회도 인권센터의 판단에 근거해 A씨를 해고했고, 목격진술 등 참고인 조사를 받았던 인턴직원 C씨도 정직 3개월 통보받고 채용되지 못했다.

이에 대해 광주전남여성단체연합과 광주인권회의 등 10여개 여성시민단체 회원들은 6일 광주시의회 시민소통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상급자로부터 강제추행을 당해 신고를 한 여성직원이 오히려 해고를 당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발생했다"며 사건 재조사와 재발방지대책을 전남대에 촉구했다.

이들은 "피해자가 제출한 CCTV 영상에서 추행 사실이 확인됐는데도 인권센터 측은 제대로 분석도 하지 않고, 전문가 참여도 없는 부실한 조사를 했다"며 "피해자가 허위신고를 했다는 이유로 해고했다"고 비난했다.

특히 "인권센터는 피해자에게 거짓진술하면 무고죄로 고소당할 수 있는 것을 알고 있느냐며 겁을 주기도 했는데, 이는 피해자에 대한 조사기관의 2차 가해이자 인권을 보장받고자 온 피해자의 인권을 다시 한 번 짓밟은 셈으로 '인권센터'라는 그 명칭 자체가 무색할 지경"이라고 꼬집었다.

이들 단체는 △피해자와 참고인에 대한 2차 가해 중단 및 복직 △가해자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징계 △성인지감수성 교육 강화 등 재발방지책 마련 △인권센터 시스템 재정비 등을 촉구했다.

전남대 측은 "인권센터에서 중립적인 입장에서 이뤄진 성추행 사건 조사와 징계 결정에 대해 추가로 덧붙일 말은 없다"고 입장표명을 유보했다.

김종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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