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와 강원 북부 지역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면서 한탄강 지류와 임진강의 범람이 우려된다. 임진강 필승교 수위는 2009년 이후 11년만에 사상 최고치를 넘어섰고, 이에 따라 연천군 군남댐도 방류량을 늘려 연천과 파주는 하류지역 주민 4,000여명에게 긴급 대피명령을 내렸다. 엿새간 700㎜에 달하는 물폭탄을 맞은 강원 철원군이 흙탕물에 잠겼다. 소양강댐도 3년 만에 수문을 열어 한강 수위도 위험 수위에 오를 가능성이 적지 않다.
한강홍수통제소는 5일 임진강의 필승교 수위가 12m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이어 연천ㆍ파주 등 경기 북부 군사분계선 접경 지역에 위기 대응 주의 단계 경보를 발령했다. 연천 군남댐의 수위는 2013년 이후 7년만에 최고수위인 39m로 이미 제한수위인 31m를 넘어섰다. 이에 따라 오후 10시 기준 유입량과 같은 1만3,700여톤의 물을 임진강 하류로 흘려 보내고 있다. 한강홍수통제소는 "북한 지역 황강댐 방류로 인해 임진강 수위가 계속 높아지고 있다"며 파주 및 연천 지역 주민 상대로 홍수 피해를 경고했다. 연천군과 파주시도 주민들에게 대피 명령을 내렸다.
강원북부 지역을 강타한 호우로 한탄강이 범람하면서 강원 철원 지역은 이미 이날 오후부터 물바다가 됐다. 철원군에 따르면 오후 3시쯤 민통선 안팎의 철원군 갈말읍 정연리와 동막리, 동송읍 이길리, 김화읍 생창리 등 4개 마을이 한탄강과 남대천 등 하천 범람과 집중호우로 물에 잠겼다. 경기 파주에서 임진강과 합류하는 한탄강의 범람과 임진강 상류의 대량 방류로 인해 파주에서 서해로 이어지는 임진강 하류 주변의 홍수 피해 가능성은 더욱 커졌다.
이날 오후 강원 철원군 한탄강이 범람, 민간인통제선 내 갈말읍 정연리와 동송읍 이길리 일대가 물에 잠겼다. 이에 따라 마을 주민 67세대 130여명이 마을회관과 군부대로 급히 몸을 피했다. 민통선 인근 마을인 갈말읍 동막리와 김화읍 생창리 마을 전체도 물바다가 돼 360여명의 주민이 안전지대로 대피했다.
이 지역은 순식간에 성인 허리 높이까지 물이 차오른 상황이다. 마을 곳곳엔 냉장고 등 가전제품과 가재도구가 불어난 흙탕물에 둥둥 떠다녔다. 일부 주민들은 옥상에 올라 구조를 요청했고, 소당방국은 고무보트를 투입해 이들을 안전지대로 대피시켰다. 철원에선 이날 하루 300여 세대 700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김화읍 주민 권상열(52)씨는 "옆 마을에 물이 차오르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급히 대피 준비를 했다"며 "앞으로 300㎜ 폭우가 더 예보돼 있어 걱정"이라고 불안감을 숨기지 못했다.
춘천 소양강댐은 이날 오후 3년 만에 수문을 열고 초당 최대 3,000톤의 물을 쏟아내고 있다. 1주일 가까이 이어진 집중호우로 홍수기 제한수위인 190.3m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소양댐 방류로 16시간 뒤에 한강수위가 1~2m 높아질 전망이다. 여기에 북한강 수계 의암ㆍ청평ㆍ팔당댐도 잇따라 물을 빼낼 수 밖에 없어 한강수위가 급상승 할 것으로 우려된다. 서울시는 올림픽대로 동작대교~염창IC 구간을 오후 9시 25분부터 통제한다고 밝혔다.
한강홍수통제소는 이번 한강 수위 상승은 이례적인 상황으로 서울 올림픽대로와 강변북로 일부가 침수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한강이 둑을 넘어 주거지역 등으로 범람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봤다. 잠수교 수위가 5.5m에 이르면 보행자의 통행이 제한되는데 이날 오후 무렵 잠수교 수위는 7.86m 수준이었다. 홍수통제소 관계자는 "2011년에는 11m까지 수위가 높아졌는데 이번에도 그 정도 상황에 이를 것"이라면서 "한강시민공원에 진입하면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한강 본류 수위가 이렇게 높아지는 이유는 소양강댐과 북한강댐이 방류하고 만조시기가 겹쳤기 때문이다. 홍수통제소 관계자는 "북한에서 내려오는 수량이 늘면서 지금 북한강댐을 비우지 않으면 나중에 한강 본류도 어려워질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남한강 수계 충주댐도 이날 오후 방류량을 초당 2,500톤에서 3,000톤으로 늘려 한강수위가 큰 폭으로 오를 것으로 우려된다.
한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이날 오후 7시 30분 기준 수도권과 중부지방 등에 닷새째 이어진 폭우로 이재민은 1,638명1,500명을 넘어섰고, 시설 피해는 4,764건에 이른다고 밝혔다. 집중 호우가 쏟아지면서 15명(서울1ㆍ경기8ㆍ충북5ㆍ충남1)이 목숨을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