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문제는 ‘공정성’ 이라는 가치에 유독 예민한 청년세대의 공분을 일으켰다. 논란이 한창이던 6월말 리얼미터의 여론조사에서 공공기관의 정규직 전환과 관련해 20대의 절반 이상(55.9%)이 전환 정책을 보류해야 한다고 응답, 모든 세대 중 가장 부정적 의견이 높았다.
하지만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청년층의 여론은 단일하지만은 않았다. 인천공항 문제의 본질이 중심부 일자리와 주변부 일자리로 양분된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문제이며 이에 대한 근원적 해결책 없는 ‘공정성’시비는 어떠한 현실 변화도 이끌어낼 수 없다는 젊은이들의 목소리도 나왔다.
지난달 ‘인천공항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적극 지지하는 청년들의 외침’이란 성명서를 통해 공개적인 목소리를 낸 강건(22ㆍ성공회대 사회학과), 양동민(25ㆍ연세대 경제학과)씨는 불평등이 고착화된 한국사회에서 ‘공정한 경쟁’이란 신화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강씨는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기성세대들이 구축한 ‘성공신화’와 ‘경쟁신화’에 단련된 청년들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반대 목소리를 낸 것 같다”며 “시험을 준비하는 과정이 모두에게 동일하지 않은데 시험 합격만을 공정하다고 사회가 인정하는 신화를 깨뜨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달 31일에는 청년유니온, 청년참여연대 등 53개 청년단체의 연대모임이 비정규직 정규직화에 부정적인 공항공사의 정규직 노조를 비판하는 기자회견도 열었다. 이들은 이 자리에서 “부모세대의 학력과 자산 격차가 미래를 결정하는 사회에서 출발선이 다른 것 자체부터 공정을 논해야 한다”며 “이는 노동을 계층 이동의 수단이 아니라 신분 세습의 수단이 되는 것을 (기성세대가) 방기한 결과”라고 꼬집었다. 이채은(27) 청년유니온 위원장은 “청년들은 수능을 비롯해 경쟁의 가치만 배워왔으며 연대나 협동에 대한 경험이 없기에 이번 사태가 빚어진 것”이라며 “정규직 노조는 청년 간 갈등을 조장하지 말고 바람직한 해결책을 찾기 위한 책임 있는 자세를 갖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청년유니온 등 기자회견에 참석한 청년단체들은 8월 중순께 청년세대 격차 해소를 위한 토론회를 열어 무한경쟁을 강요하는 사회 구조의 변화를 희망하는 청년들의 목소리를 들어보겠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