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루트 폭발 참사 최소 100명 숨져... "30만명 갈 곳 잃어"

입력
2020.08.05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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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상도 4,000명 넘어... 2주간 비상사태 선포
질산암모늄에 발화... 사고ㆍ테러 여부 불명
의료ㆍ예산 태부족... 국제사회 지원 잇따라


초대형 폭발이 중동의 작은 나라 레바논을 뒤흔들었다. 4일(현지시간) 오후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항구에서 규모 3.5 지진과 맞먹는 초강력 폭발이 일어나 최소 100명이 숨지고 4,000명이 넘는 부상자가 나왔다. 레바논 정부는 폭발이 발생한 창고에서 오랜 기간 보관 중이던 다량의 질산암모늄을 원인으로 추정하고 있으나, 일각에선 외부 공격설도 제기하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쯤 베이루트항 선착장에 있는 한 창고에서 대규모 폭발이 두 차례 일어났다. 항구 주변 상공은 거대한 검은색 연기로 뒤덮였고 인근 건물과 도로는 폭삭 주저 앉았다. 지중해를 사이에 두고 240㎞ 떨어진 유럽 키프로스에서도 들릴 만큼 폭발음은 엄청났다. 시내 병원 3곳이 폭발 여파로 파괴되는 등 의료시설의 피해도 컸다. 마완 아부드 베이루트 주지사는 "폭발 참사로 도시의 절반 이상이 피해를 봤고 25만∼30만명이 집을 잃었다"면서 "피해액은 50억 달러(약 5조9,40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정확한 폭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레바논 정부는 항구 창고에 있던 질산암모늄을 매개체로 지목하고 있다. 해당 창고에는 6년간 2,750톤의 질산암모늄을 보관돼 있었다. 농업용 비료인 질산암모늄은 화약 등 무기제조의 기본원료로도 사용될 만큼 인화성이 커 대형 폭발로 이어졌을 것이란 추정이 나온다.

위험물질 관리 소홀에 대한 비판이 일자 바드리 다허 세관청장은 "베이루트 항구 관리는 세관청이 아닌 하산 코레이템(항구 관리 임시위원회 소속 기업) 등에 있다"고 밝히는 등 벌써부터 책임 논쟁도 불거지고 있다. 미셸 아운 레바논 대통령은 이날부터 2주간 비상사태를 선포하면서 철저한 사고원인 조사와 책임자 처벌을 약속했다.


질산암모늄에 어떻게 불이 붙었는지 불분명한 탓에 외부 공격 주장도 나오고 있다. 오랜 내전을 겪은 레바논에서는 자살 폭탄테러나 이스라엘의 폭격이 종종 발생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참사 직후 이를 '끔찍한 공격'이라고 규정하면서 테러 가능성에 힘을 보탰다. 그는 "미군 당국이 일종의 폭탄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지만 구체적 근거는 제시하지 못했다.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 인도 등 국제사회는 일제히 애도 성명을 내고 지원을 약속했다. 레바논 정부는 사고 수습을 위한 6,600만달러(약 786억4,000만원)의 긴급예산을 배정했으나,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협상 중인 경제 상황을 감안하면 자체 해결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나세르 야신 베이루트아메리칸대 교수(AUB)는 알자지라에서 "레바논 정부가 참사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국제사회의 지원은 필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진달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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