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 들어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간 관계가 심상치 않다. 20대 국회 막판 '4+1협의체' (더불어민주당ㆍ바른미래당ㆍ정의당ㆍ민주평화당ㆍ대안신당)를 가동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한 공직선거법 개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 등을 함께 통과시켰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다. 176석 거대여당으로 단독 법안 처리가 가능한 민주당이 6석의 정의당과 연대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면서 부동산 관련 입법 등에서 '정의당 패싱' 모습까지 보이고 있다. 정의당도 민주당을 향해 '통법부'라고 비판하면서 반발 수위를 높이고 있다.
지난달 30일 본회의에서 정의당 원내수석부대표인 강은미 의원의 의사진행발언이 ‘묵살’된 경우는 민주당과 정의당의 불편한 관계를 보여주는 단적인 장면이었다. 당시 강 의원은 민주당의 부동산 입법 속도전을 비판하는 내용의 의사진행발언을 국회 의사과에 신청했으나 접수되지 않았다. 비교섭단체 의원의 본회의 의사진행발언은 의장이 교섭단체와 협의로 결정하는데, 민주당과 미래통합당 양 교섭단체가 모두 반대했기 때문이다. 법안 반대 토론자로 발언에 나선 강 의원은 목소리를 떨며 “비참한 심정”이라고 심경을 털어놨다.
법안 공조도 옛날 얘기가 됐다. 민주당이 지난달 2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대안으로 상정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민주당은 세입자가 2년의 기존 전세 계약에 추가로 2년의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내용(‘2+2년’)으로 개정안을 만들면서,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발의한 ‘3+3년’안은 상임위에 상정조차 하지 않았다. 정의당은 즉각 반발했지만, 민주당은 아랑곳 않고 지난달 30일 본회의에서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대해 정의당 관계자는 "단독으로 법안을 처리하지 못해 아쉬운 입장이었던 20대 국회 때 민주당과 비교하면 너무 다른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21대 국회 정의당 1호 법안인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역시 ‘패싱’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 법안은 세월호 참사나 가습기살균제 사건과 같은 중대 재해에서 기업과 경영책임자의 책임을 따지는 내용이다. 민주당에선 법사위원인 김용민 의원이 발의에 동참했다. 같은당 법사위원인 박주민 의원도 입법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하지만 지난달 27일 법사위에 상정됐지만 이틀 후인 29일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정의당이 다시 속도를 내기 시작한 차별금지법 역시 19대 국회 땐 민주당 의원 51명이 함께 이름을 올렸지만, 21대 국회에서는 2명의 민주당 의원만 동참했다.
민주당과 정의당이 각자의 길을 걷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176석의 거대 여당이 된 민주당의 현실과 무관치 않다. 여기에 진보적 색채를 보다 선명히 해 민주당과 차별화에 나서겠다는 정의당의 방향성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다만 원내 정당인 정의당 입장에서 현실적으로 지향점이 비슷한 민주당과 공조 없이 법안으로 실적을 낼 수 없다는 점이 한계로 꼽힌다. 이에 대해 김종민 정의당 부대표는 5일 “정의당은 부동산 문제처럼 대다수 국민이 관심 갖는 이슈에서는 더 개혁적인 목소리를 내 차별화할 것"이라면서도 "민주당이 우리당과 가까운 내용의 법안에 참여할 수 있게 풀어가야 하는 게 현실적인 과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