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 베이루트 항구서 대형폭발… 최소 70명 사망

입력
2020.08.05 06:36
200㎞ 밖에서도 폭발음… 수천명 사상 추정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의 항구에서 4일(현지시간) 오후 대규모 폭발사고가 일어나 수천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하마드 하산 레바논 보건장관은 이날 폭발로 70여명이 숨지고 3,700명이 부상을 입은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사상자는 실시간으로 늘어나고 있다.

폭발 사고는 베이루트항 선착장에 있는 한 창고에서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폭발로 항구 주변 상공이 핵폭발을 연상시킬 정도로 거대한 검은 연기에 뒤덮였고, 시내 곳곳의 건물이 훼손됐다. 지중해상으로 200㎞ 넘게 떨어진 키프로스에서까지 폭발음이 들린 것으로 알려졌다.

폭발 원인은 공격에 의한 것인지, 화학 물질에 의한 것인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현지 언론에서는 창고에 있던 화약에 불이 붙으면서 큰 폭발로 이어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레바논의 안보 책임자인 아바스 이브라힘은 폭발 현장을 방문한 뒤 "당장 조사할 수 없지만 몇년전부터 보관된 물질이 있는 것 같다"며 "폭발성이 큰 물질을 압수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레바논의 NNA통신도 "베이루트항에 폭발물 저장창고가 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외부 공격이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내전을 겪은 레바논에서는 자살 폭탄 테러나 이스라엘의 폭격이 종종 발생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이스라엘군과 레바논의 시아파 무장정파 헤즈볼라가 국경지역에서 총격전을 벌이는 등 긴장감이 높아지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스라엘 정부는 이번 폭발과 자신들은 아무 연관이 없다며 이스라엘의 공습 가능성을 부인했다.

미국도 폭발 사고를 예의주시 하고 있다. 미 백악관은 이날 "베이루트 폭발을 면밀히 추적하고 있다"며 "레바논에 가능한 모든 지원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미 국무부도 "이번 사건으로 미국 시민이 피해를 입었는지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현지 당국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한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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