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서초 '알짜 땅'에 임대주택을? 벌써부터 뿔난 주민들

입력
2020.08.05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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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택지 절반 임대주택 공급 계획
무산된 목동 행복주택 사태 등 우려
정청래도 "상암에 또 임대주택" 불만


정부가 4일 '서울권역 등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방안(8ㆍ4 대책)'을 통해 서울과 경기 과천에 신규택지로 공급하겠다고 밝힌 주택은 총 3만3,000호다. 서울 노원구 태릉골프장은 1만호급 주거단지로 바뀌고, 용산 미군기지 이전부지인 캠프킴, 서울지방조달청 이전부지 등 ‘알짜 부지’들도 택지로 개발된다.

수요자 선호 지역이 대거 포함된 만큼 시장 진정 효과는 일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이 지역 주민들이 이른바 '소셜믹스(아파트 단지 내에 분양, 임대를 함께 조성하는 것)' 형태의 주택을 받아들일지 미지수다. 일부 지역에서는 당장 반대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과천ㆍ삼각지ㆍ서래마을에 공공 아파트

정부가 공개한 신규 택지에는 서울 외곽 지역의 대규모 주택단지(태릉, 정부과천청사)는 물론, 강남 지역 자투리 땅(서울지방조달청, 국립외교원 부지 등)까지 망라돼 있다.

우선 용산구 삼각지역 인근의 주한미군 ‘캠프킴’ 부지를 택지로 개발한다. 주한미군 이전 뒤 환경조사가 진행중인데, 이 부지를 연내 반환받아 사업을 진행할 방침이다. 정부과천청사 앞 야외주차장과 청사 건물 일부를 택지로 개발해 4,000호를 공급한다. 대표적 부촌인 서초구 서래마을 인근의 서울조달청은 수서 역세권 지구로 이전한 뒤 기존 부지에 1,000호를 짓는다.

여기에 상암 디지털미디어센터(DMC) 랜드마크 부지(2,000호), 서울주택공사(SH) 마곡 미매각 부지(1,200호) 등 공공기관 보유 부지를 택지로 개발한다. 서부면허시험장(3,500호), 면목행정타운(1,000호) 등은 복합개발 형식으로 공급한다. 기존에 발표한 서울의료원, 용산정비창 등 ‘도심 고밀개발’ 부지도 각각 2,000호씩 확대한다.

태릉골프장에 1만가구

공급 물량이 가장 많은 곳은 노원구 태릉골프장이다. 83만㎡ 부지를 개발하면 주택 1만가구를 공급할 수 있다. 인근에 들어선 구리 갈매신도시, 갈매역세권 공공주택지구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정부의 기대다.

다만 태릉골프장 부지의 경우 현재 그린벨트로 묶여 있어 ‘그린벨트는 훼손하지 않는다’는 정부의 방침과는 어긋난다는 지적이 있다. 대규모 신규 택지가 들어오는 데 따른 교통 문제도 제기된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에 대해 “태릉골프장은 그린벨트 환경평가 등급상 4~5등급이 전체 98% 이상을 차지해 환경적 보존가치가 낮다고 판단했다”며 “그 외 그린벨트는 미래세대를 위해 보전한다는 원칙 하에 선정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소셜믹스’ 신규택지, 주민 반발 넘어설까

이날 공개된 신규택지에는 ‘알짜 입지’가 다수 포함됐다. 함영진 직방 데이터랩장은 "시장 안정효과를 기대하려면 대기 수요자들이 선호할 곳에 공급이 필요한데 서울의료원이나 용산정비창 등 인기 부지가 많다"고 평가했다.

관건은 임대가 포함된 소셜믹스 형태 공공주택을 기존 주민들이 받아들일지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행복주택 시범지구로 지정했던 목동은 결국 지구 지정이 해제됐고, 잠실ㆍ송파도 사업 진행이 멈춘 상태다. 양지원 R&C 연구소 소장은 “일부 부지는 주민의 상당한 반발이 예상되는 만큼 협의를 어떻게 추진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정부는 이번 신규택지에 절반은 공공분양, 절반은 임대주택 형식으로 주택을 공급할 계획이다. 홍남기 부총리는 연합뉴스tv에 출연해 "서울조달청, 양재 외교원 부지 같은 노른자위 땅은 일반분양으로 할 생각이 없다"며 장기임대 주택으로 공급할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지자체, 국회의원들의 반발까지 나오고 있다. 서울 마포구가 지역구인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상암은 이미 임대비율이 47%에 이르는데 또 임대주택을 지어야 하느냐”며 “국토부가 일방적으로 발표하면 그냥 따라오라는 방식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종천 과천시장도 긴급 브리핑을 열고 “청사 유휴부지에 대규모 공동주택 공급 발상은 과천을 주택공급 수단으로만 생각하는 난개발”이라며 부지 제외를 요구했다.

세종 = 박세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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