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후 시간당 80㎜의 물폭탄이 쏟아진 강원 철원군내 곳곳이 흙탕물에 잠겼다. 하늘에 구멍이라도 난 듯 쏟아붓는 폭우에 하천 둑이 속절 없이 무너져 도로가 침수됐다. 갈말읍과 동송읍 시내 상가에도 빗물이 차올라 주민들이 급히 대피했다. 주민들은 순식간에 무릎까지 차오르는 빗물의 기세에 할말을 잃었다.
특히 5일까지 철원을 비롯한 강원 영서권에 최대 500㎜의 물폭탄이 추가로 예보된 가운데 산사태 및 토사, 낙석 위험지역이 5,000곳에 달해 주민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철원에 이날 220㎜가 넘는 비가 쏟아졌다. 지난달 31일부터 닷새간 내린 비의 양이 570㎜를 넘어섰다. 1년치 강수량의 3분의 1 가량이 불과 닷새 만에 쏟아진 셈이다.
이날 한때 시간당 80㎜가 넘는 물폭탄을 맞은 철원은 지역 곳곳이 쑥대밭으로 변했다. 갈말읍 지경리의 하천 둑이 무너져 김화읍과 갈말읍을 잇는 국도 43호선이 침수됐다. 갈말읍 지경리 주택과 상가에도 물이 차올라 일부 주민들이 긴급 대피했다.
서면과 김화읍을 지나 한탄강에 합류하는 화강도 수위가 급상승, 화강다슬기축제장 일부와 수변캠핑장이 물에 잠겼다. 김화농공단지 내 일부 기업도 침수피해를 입었다.
서면 와수전통시장도 와수2리 복개천이 범람해 침수됐다. 근남면 마현리를 지나는 국도 5호선은 긴급 복구작업이 진행 중이다. 이날 철원군과 소방당국에는 50건이 넘는 침수, 구조 신고가 접수됐다.
철원군은 이날 오후 1시 13분쯤 산사태 경보를 발령하고 급경사지 등 위험지역 주민에 대피명령을 내렸다. 주민 장모(68)씨는 “한치 앞이 보이지 않은 폭우가 며칠째 이어져 예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최악의 경우 빨리 대피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난 비구름이 동진하면서 이날 오후엔 춘천과 화천, 인제 등 영서북부 지역에 시간당 30~50㎜의 장대비가 내렸다. 장마전선은 미시령을 넘어 속초와 고성에도 강한 비를 뿌렸다.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5일 저녁까지 최대 500㎜의 비가 더 예보됐기 때문이다.
더구나 강원도내 산사태 및 토석류 위험지역은 2,667곳에 달한다. 여기에 이미 물을 잔뜩 머금은 급경사지 2,342곳까지 감안하면 취약지가 5,000곳이 넘어 당국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최문순 강원지사는 "집중호우가 끝날 때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기상상황을 예의 주시하면서 예찰활동을 더욱 강화하고, 위험지역 주민들을 사전에 대피토록 조치하는 등 사고 예방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